[최인한의 데스크 시각] 아베 총리 62% 지지율 비결
지난 1일 찾은 일본 구마모토현 마시키마치읍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처참했다. ‘구마모토 지진’(최대 진도 7)이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났으나 곳곳에 무너진 상점과 가옥들이 그대로 방치돼 을씨년스러웠다. 지진 피해와 복구 현황을 듣기 위해 방문한 마시키마치 청사도 벽에 금이 갔고, 부서진 집기들로 가득했다. 니시무라 히로노리 읍장에게 정부와 구마모토현의 지원이 잘 되고 있는지, 주민 불만이 없는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진 발생 직후 정부와 현청의 구호작업이 신속했고, 지금도 열심히 복구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도 정부 지원에 감사하고 있어요.” 니시무라 읍장으로부터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진도 7이 넘은 강진의 경우 건물 피해는 어쩔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인명구조 작업이 즉시 실행돼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진 다음날 자위대를 피해현장에 즉각 파견했고, 국도도 이틀 만에 복구했다.

민관협력 재난 대응 개선

마시키마치에는 지난 4월14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진도 7 수준의 강진이 일어났다. 읍내 1만177채 가옥 중 97%가 피해를 봤다. 인명 피해는 사망 21명, 중경상자 112명에 그쳤다. 구마모토현 전체 인명 피해도 사망 95명을 포함해 2411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1995년 한신 대지진(진도 7.2) 사망자가 6425명, 2011년 동일본 대지진(진도 9.3) 사망자는 2만명을 넘었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5년 반 만에 일본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들이 손을 잡고 인적·물적 피해를 줄이고 있다. 2일 들른 아소팜랜드에서도 정부와 민간기업 간 긴밀한 공조체제를 확인했다.

온천관광지로 유명한 ‘미나미 아소무라’는 구마모토 지진으로 이재민들이 대량 발생했다. 테마파크인 아소팜랜드는 지진 발생 직후 리조트 내 숙박시설인 ‘돔 하우스’를 피해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시모무라 에쓰오 아소팜랜드 영업본부장은 “재해를 입은 주민들의 인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숙박시설을 피난처로 제공했다”며 “정부에서 복구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대지진 극복으로 자신감 회복

1990년 시작된 장기불황으로 침체기에 빠졌던 일본 사회가 잇따른 자연재해를 극복하면서 달라졌다.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 신조 총리 내각의 지지율이 62%까지 올라선 것도 일본인들의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강한 일본’의 부활을 내건 아베 총리의 리더십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일본 역사를 보면 대지진이 사회변동의 계기가 된 사례가 많다. 임진왜란 직전인 1586년 덴쇼 지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죽을뻔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목숨을 살려 그가 정권을 잡는 전기가 됐다. 1923년 일어난 간토 대지진은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가속화했다.

올 7월 방문한 동일본 대지진과 이번 구마모토 지진 현장에서 일본의 변화상을 목격했다. 2일 만난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는 “동일본 대지진 복구 과정에서 지적됐던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인적·물적 지원 시스템이 대폭 개선돼 이번 지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