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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브렉시트가 주는 또다른 교훈

입력 2016-09-05 17:58:31 | 수정 2016-09-05 21:40:21 | 지면정보 2016-09-06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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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는 저학력자들의 우매한 선택?
실리 따랐을 뿐…결정의 배경을 생각해야

한철우 < 영국 더럼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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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3일. 밤 12시를 넘겨 시간이 흐를수록 TV 앞에 앉아 잠을 설치며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의 입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다음날 아침, 많은 신문과 방송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과가 누구의 책임인지를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선거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는 듯했다. 또 상당수 사람은 투표 결과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지방에 사는 저소득 계층 탓으로 돌렸다. 그들을 바라보는 일부 시선은 어리석은 민중에 대한 경멸과 연민이 섞인 것이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연일 인종주의적이고 성차별적이며 논리성마저 결여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층이 두터워지고 경선 승리가 확정되자 많은 사람은 당황을 감추지 못하며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일부 지식인들의 눈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논리적 판단이 결여된 무식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칠 것이다.

7월 초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한 기사에 공분했다. 소위 고위 공직자라는 자가 “민중은 개돼지”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분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나는 그 기사를 보는 순간 분노와 함께 무언가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만 같은 충격을 받았다. 나 역시도 가끔은 브렉시트나 미국 대선 또는 국내의 선거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르게 나타날 때면 나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뭘 잘 모르는, 가르치고 교화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태도는 나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서도 목격된다. 우리는 늘 민주주의 정신을 외치지만 막상 그 민주주의의 힘이 내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갈 때면 어느샌가 똑똑한 소수가 우매한 다수를 다스리는 그런 신분제를 머릿속에 상상하는지 모른다.

다시 브렉시트로 돌아가 보자.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선택한 많은 사람이 가난한 지역 출신, 고령의 저학력자라는 점은 개표 결과 통계분석이 분명히 말해준다. 하지만 저학력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선택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위험하다. 저학력자일수록 자신이 사는 지역을 벗어나 유럽 다른 국가에서 일한 경험이 적다. 또 그들이 유럽연합(EU) 잔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시적 혜택도 별로 없다. 반면 가난한 지역일수록 유입되는 이민자들은 교육받지 못한 저급 노동자일 확률이 높으며, 뉴스에서 다루는 난민의 모습은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포함한다. 결국 이들에겐 EU 잔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셈이며, 그들의 선택은 어리석음에서 비롯됐다기보다 자신들의 실리를 따른 것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충분히 교육받은 백인 중산층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그들이 자신들의 실리에 따라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다수가 어떤 선택을 할 때는 그들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우리가 소수의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투자의 필요성에 공감하듯이, 다수의 선택이 소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공공의 선에 가까운 것이 되도록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그 힘을 믿는다면 우리는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 역시 받아들여야 할 책임이 있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브렉시트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믿고, 트럼프에게 반대하더라도 그들은 반대편 사람들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이 애초에 그런 결정을 하도록 한 사회적 요인이 무엇인지를 돌이켜봐야 한다.

한철우 < 영국 더럼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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