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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덕혜옹주, 이왕직 그리고 대한제국

입력 2016-09-05 18:00:42 | 수정 2016-09-05 21:38:07 | 지면정보 2016-09-06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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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가족과 재산 관리 기구 이왕직
최근 양국에 흩어진 관련 자료 발굴 시작
짧았던 대한제국의 실상 밝힐 수 있을 것

김문식 < 단국대 교수·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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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역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고종 황제의 고명딸인 덕혜옹주의 생애를 다룬 영화가 개봉돼 지금까지 500만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다. 얼마 전에는 을미사변이 일어난 후 고종이 왕세자 순종과 함께 경복궁을 빠져나와 피신했던 러시아 공사관과 그때 고종이 이동했던 길을 복원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앞으로는 대한제국의 산실이었던 덕수궁까지 원형에 가깝게 복원될 예정이므로, 대한제국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제국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하는 가운데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학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종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에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자신은 황제 자리에서 쫓겨나고, 나라는 일제의 식민지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은 역사가 짧기는 하지만 완전한 자주독립국이었다는 사실을 평가할 필요는 있다. 조선시대의 국왕은 중국 황제와 의례적으로 군신(君臣) 관계에 있었지만, 대한제국의 황제는 중국 황제와 대등한 지위에서 외교의례를 거행했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국호인 ‘대한’은 대한제국에서 유래한 것이니, 대한제국의 역사를 소홀히 다룰 수는 없다.

이왕직(李王職)은 일제 때 대한제국의 황실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기구다. 한일합병이 되자 일제는 식민지 지배를 위해 이왕직과 조선총독부를 설치했다. 우리는 일제 때 한반도를 지배한 최고의 기구가 조선총독부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구황실에 관한 업무는 조선총독부가 아니라 이왕직에서 담당했고, 이왕직은 일본의 궁내부에 소속돼 있었다. 일제 때 고종 황제는 ‘이태왕’, 순종 황제는 ‘이왕’으로 지위가 떨어졌고, 대한제국의 황실 가족은 모두 일본의 천황 및 황실에 예속된 존재가 됐다. 오늘날 우리 언론은 일본의 천황을 ‘일왕(日王)’이라 부르는데, 이때의 앙갚음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왕직은 대한제국의 황실 가족을 포괄하는 이왕가의 족보와 도서를 관리하며 새로운 족보를 간행하기도 했다. 또 이왕직은 이왕가의 재산을 관리하고 건물을 신축했으며, 순종의 음식과 진료, 종묘와 왕릉, 박물관, 동물원, 식물원의 관리를 담당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왕직은 대한제국의 황실 가족과 재산을 총괄해 관리했다. 따라서 덕혜옹주의 유학이나 결혼도 국내에서는 이왕직, 일본에서는 궁내부의 관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왕직에서 관리했던 구황실의 재산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문화재로 이어진다. 이왕직에서 관리한 이왕가 도서는 오늘날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의 도서가 됐고, 덕수궁에 건립된 이왕가박물관의 유물은 오늘날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이 됐다. 또 이왕직 아악부의 연주 활동은 오늘날 국립국악원의 모태가 됐고, 이왕직이 관리했던 조선 궁궐과 종묘, 왕릉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이자 세계유산이 됐다.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는 이왕직 자료를 조사하는 연구팀이 결성돼 한국과 일본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앞으로 이 자료가 공개된다면 일제가 대한제국의 황실 가족을 어떻게 관리하고 감시했는지, 이 시기에 황실 가족들은 어떻게 생활했으며, 수입은 얼마이고 지출 내역은 무엇인지, 황실 가족들은 과연 조국의 독립을 위한 활동을 했는지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한제국과 이왕직의 역사는 우리의 현대사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것이 밝은 역사이든 어두운 역사이든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우리의 오늘을 되돌아보는 자산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문식 < 단국대 교수·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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