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은 엊그제 아일랜드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해외(유럽)에 쌓아 둔 현금을 내년에 미국으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이 지난달 30일 애플에 대해 130억유로에 이르는 세금 추징을 결정한 데 극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애플이 해외에서 관리 중인 현금 상당액은 6월 말 기준 약 21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월스트리트저널)된다.

애플은 미국 정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35%)을 이유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미국에 들여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랬던 애플이 방침을 바꾼 것은 EU와의 조세 전쟁에 미국 정부를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이 해외 자회사들에 계상해 놓은 이익은 단지 ‘과세가 유예된 것’일 뿐 나중에 미국으로 송금될 때 미국에서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미국이 끼어들면 EU의 조세 폭탄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애플의 계산일 것이다. 쿡은 실제로 인터뷰에서 “미국 송금은 내년으로 예상한다”며 “26% 정도가 적정한 세율 수준”이라고 언급해 미국 정부와 세율을 놓고 협상할 수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애플이 정말로 해외에서 거둔 수익 대부분을 미국으로 송금할지는 미지수다. EU와의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미국의 체면을 살리는 선에서 일정한 금액을 미국과 유럽에 법인세 형태로 납부할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국경을 넘어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을 두고 각국의 노골적인 과세 경쟁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구글 스타벅스 아마존 등이 해외에 쌓아 둔 돈이 2조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각국 정부로서는 큰 시장이 열린 셈이다. 영국은 이미 올초 구글에 체납 추정액 1억3000만파운드(약 2200억원)를 추징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의 1차 목표는 생존과 수익성 제고다. 애플이 법인세 등 각종 세율을 낮춰 주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표방한 아일랜드를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 유치를 위한 각국의 인센티브 경쟁과 한 푼이라도 세금을 더 뜯어내려는 국제조세 갈등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