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입법 전쟁’의 막이 올랐다. 야당은 대기업 지배구조를 겨냥한 경제민주화법안을, 여당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경제활성화법안을 중점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혀 정면 충돌을 예고했다. 여소야대 속에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경제민주화 입법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여당이 실력 저지에 나서면서 여야가 곳곳에서 충돌할 전망이다.
힘 확인한 야당 '경제민주화법' 밀어붙이기…여당 '경제활성화법'으로 맞불
◆더민주, 11개 경제민주화법 선정

더민주는 11개 경제민주화법안을 정기국회 중점 법안으로 선정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 최운열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박영선 의원의 집단소송법 제정안 등이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전자투표제 의무화, 이사·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소액주주가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을 폐지, 불공정 거래 피해를 주장하는 기업이 상대 기업을 검찰에 직접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집단소송제법이 통과되면 기업의 불법 행위로 피해를 본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기업은 같은 피해를 입은 모든 소비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윤호중 정책위원회 의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를 살리는 한편 국민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경제민주화법안 통과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경제민주화법 외에 대·중소기업 성과공유제 도입,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최저임금 인상, 기초연금 인상 등 65개 법안도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한다.

국민의당도 경제민주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성식 정책위 의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제일 중요하다”며 “대기업이 빠져나갈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대기업 해외 계열사와 친족 회사의 재무현황 및 내부거래를 공개토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 서비스법 등 추진

새누리당은 야당의 경제민주화 공세에 경제 활성화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김광림 정책위 의장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4법, 규제프리존특별법, 규제개혁특별법을 중점 추진하겠다”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경제활성화법안”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산업법은 정부가 서비스산업 발전 계획을 세우고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개혁 4법은 파견근로 허용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시·도별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특례구역을 지정해 지역별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법에 대해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김 의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채연/은정진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