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기업 1150개] 서울중앙지법이 재계 순위 12위?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가 현재 관리하고 있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기업은 450개사로 자산규모는 27조원에 달한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기준으로 발표한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를 기준으로 볼 때 11위인 신세계그룹(29조원)보다는 낮고, 12위 CJ그룹(25조원)보다는 높다.

자산규모는 최근 1년 사이에 크게 급증했다. 지난해 7월 기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자산규모는 12조3500억원이었다. 이후 STX조선해양, 창명해운, 옵티스 등의 기업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올해 8월 초에는 자산규모가 20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31일 자산규모 6조7000억원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관리기업의 규모는 27조원까지 증가하게 됐다.

한진해운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관리 중인 법정관리 기업 450개사 중에서도 자산규모가 가장 큰 기업이다. STX조선해양이 3조3000억원의 규모로 뒤를 이었다. STX 계열사인 STX중공업(1조2000억원), 고성조선해양(4400억원) 등도 자산규모 상위권 기업이다. 이외에도 창명해운(8914억원), 옵티스(1352억원), 동부월드(1911억원) 등이 자산규모 상위권 기업이다.

법조계에서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리기업 수준이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만큼이나 심각한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2000년은 서울중앙지법에 파산부가 들어선 1998년 이후 관리기업 자산규모가 가장 컸던 해다. 관리기업의 숫자는 71개, 자산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섰다. 당시 재계순위 발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자산규모는 SK그룹(40조)에 이어 5위였다. 관리기업은 한보철강,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 세진컴퓨터, 미도파(현 롯데미도파) 등 당시 자산규모 1조원 이상의 대기업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자산규모는 2000년에 비해 작지만 한진해운과 같은 대기업에서부터 자산규모 1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까지 기업 규모가 다양해졌고, 신청 건수 자체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이들 기업을 관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는 2000년 6명에서 현재 18명으로 12명만 늘었다.

김태호/이지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