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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EU간 '21세기 세금전쟁'…구글세 물건너가나

입력 2016-09-04 17:34:32 | 수정 2016-09-05 01:36:42 | 지면정보 2016-09-05 A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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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사 조세회피 연 280조원
구글세 내년 도입 차질 빚을 듯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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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 간 ‘21세기 세금전쟁’이 시작됐다. EU가 아일랜드 소재 애플에 130억유로(약 16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키로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룩셈부르크에 소재한 맥도날드, 월마트와 같은 미국 기업에 대해 같은 조치를 구상 중이다. 이에 대해 애플과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미국도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세계 3대 조세피난처다. 조세피난처는 낮은 세율로 다국적 기업과 고소득자를 유치해 재정 보전과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국가를 말한다. 아일랜드가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중 가장 빨리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세피난처의 이점을 활용한 위기 극복책도 한몫했다.

EU의 세금 추징 조치를 수용하면 현재 아일랜드 내에 활동하는 10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의 ‘대탈출(great exodus)’을 촉진할 계기가 될 수 있다. 당사자인 애플보다 아일랜드가 더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을 재유치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의외로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아일랜드 내부에서는 EU에서 탈퇴하자는 ‘아일렉시트(Irexit)’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재정위기 극복 과정에서 아일랜드 국민은 EU의 강력한 긴축요구로 고통과 불만이 의외로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상황에서 아일랜드까지 가세할 경우 100년 이상 공들여왔던 유럽통합이 깨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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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미국 간 전통적인 우호관계에도 균열이 예상된다. 중국의 주도권을 겨냥해 추진해 왔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이 결렬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의도적인 유로화 약세 정책으로 미국은 오랫동안 피해를 봐왔다. EU의 세금추징도 독일의 폭스바겐, 프랑스 BNP파리바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보복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1월 터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구글세 도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구글세란 애플, 구글 등과 같은 다국적 기업(주로 IT기업)이 고세율 국가에서 얻은 이윤을 저세율 국가의 자회사로 넘겨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G20이 주도해 왔던 BEPS(국가 간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협정에 정면으로 위반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EU와 미국 간 ‘세금전쟁’의 단초를 제공한 애플이 세금을 피해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자. 첫 사전준비 단계로 애플은 세금이 낮은 조세피난처에 사무실을 차리고, 그곳에서 자회사인 ‘애플 아일랜드’를 설립한다. 애플 아일랜드는 전 세계 애플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모이게 될 장소다.

그 다음 소득이전 단계로 애플 본사는 아일랜드에 미국을 제외한 해외법인의 지식재산권 등 모든 소득원천을 넘긴다. 확보된 지식재산권 등을 활용해 아일랜드는 세계 애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해외법인으로부터 거액의 로열티를 받는다. 이 경우 애플 본사 소재국인 미국은 ‘세원잠식(base erosion)’을 당하는 대신 자회사가 있는 아일랜드에는 ‘소득이전(profit shifting)’이 발생한다.

최종 조세회피 단계에서는 받은 로열티에 대해 법인세를 내는 게 원칙이지만, 애플 아일랜드는 조세피난처에서 모든 업무를 총괄하므로 비거주자로 간주돼 이 국가의 법인세율 12.5%만 적용받는다. 대부분 조세피난처의 법인세율은 아주 낮거나 아예 부과하지 않아 세금을 적게 내거나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 애플 본사가 로열티를 받았다면 미국의 세법이 적용돼 법인세율 35%가 부과된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는 BEPS로 인한 법인세 수입 감소액이 매년 세계 법인세 수입액의 4~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1000억~2400억달러(약 116조5000억~279조7000억원)에 달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른 시일 안에 구글세와 같은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불과 4년 뒤인 2020년에는 BEPS로 인한 법인세 수입 감소액이 50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조세회피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구글세 도입은 국제조세제도 역사상 획기적인 일로 각국 조세행정과 재정수지, 산업과 업종별 증시 명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돼 왔다. 이르면 내년으로 예상됐던 구글세 도입이 EU와 미국 간 세금전쟁으로 차질을 빚을 경우 이 모든 효과를 포기해야 한다. 세계 경제와 각국 재정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불행한 일을 맞게 되는 셈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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