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총대 안 메는 한진해운발 '물류참사'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이 세계로 확산하면서 이번 사태는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이 빚은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1위, 세계 7위 컨테이너선사가 무너지는데도 정부에서 누구도 책임 있게 나서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물류대란이 터지자 부랴부랴 ‘뒷북 대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 세계 주요국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의 압류, 입항 거부, 하역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현재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98척 중 41척이 운항을 멈췄다. 한국~미주 항로 운임은 순식간에 50%나 뛰었다. 수출 기업들은 대체 선박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미국 유통기업도 대혼란에 빠졌다. 월마트, 타깃, 베스트바이 등이 속한 미국 소매산업지도자연합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10~11월 쇼핑시즌을 앞두고 중국 등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미 상무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진해운은 북미 항로에서 컨테이너선 시장점유율이 7.8%로 세계 5위다. 세계 90여개 항만을 74개 노선으로 연결하고 있다. 정부는 확실한 대책도 없이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내몰았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는 ‘금융 논리’만 반복하며 자금 지원을 꺼렸다. 해운산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이렇다 할 노력을 하지 않았다. 부처 간 현안을 조정하는 기획재정부와 청와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7월 5조원대 부실이 발견된 대우조선해양에 신속하게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진해운을 지원했다가 ‘청문회에 설 수도 있다’는 관료들의 ‘몸 사리기’와 수출입 물류를 뒷받침하는 기간산업이란 특성을 간과한 결정들이 지금의 한진해운 참사를 불렀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