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서울에 살아도 어떤 자치구에 사느냐에 따라 문화·체육시설 등 생활 편의시설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에서는 공공도서관 하나를 평균 4만8000여명의 주민이 나눠 쓰는 반면 중랑구에선 13만9000여명이 이용한다. 송파구에는 서초구보다 공공도서관이 5배 많다. 자치구 각각의 재정 여건이나 정책 지향점이 달라 삶의 질에서 구민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구청 리포트] 강남은 다 살기 좋다고? 동네마다 생활시설 ‘극과 극’
◆장애인 시설은 서대문 ‘최고’

2일 서울통계(stat.seoul.go.kr)에 따르면 강남구는 지난해 기준 총 12개의 공공도서관을 갖고 있다. 서초구는 2개, 용산구는 3개에 불과하다.

시민들이 집 근처에서 쉽게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동네체육시설은 자치구별 격차가 더 크다. 구민이 50만명(주민등록인구 기준)인 은평구의 공공체육시설은 44개에 불과하다. 은평구보다 인구가 불과 15% 많은 강남구가 은평구의 6배가 넘는 278개의 공공체육시설을 갖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장애를 가진 주민이 느끼는 삶의 질도 천차만별이다. 장애인 통행이 가능한 출입구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2013년 기준 구별로 최대 20%포인트 차이가 났다. 서대문구(77.4%), 용산구(76.6%), 강남구(74.8%) 등이 높은 반면 중랑구(56.6%), 서초구·도봉구(57.6%) 등이 크게 낮았다.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수도 구별로 차이가 크다. 올해 7월 기준 강남구에 282곳, 종로구와 중구에는 각 184곳과 168곳에 공공 와이파이 공유기(AP)가 설치돼 있지만 금천구 58곳에 불과하다. 도봉구(66곳), 중랑구(73곳)도 열악하다.

◆핵심은 돈 문제…구청장 의지도 변수

자치구별 편의시설이 크게 다른 이유는 인구 등 복합적이지만 핵심은 ‘돈 문제’다. 공공도서관은 구청이 짓겠다는 계획을 시에 제출하면 일정 부분 시비 및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총비용의 30~40%는 어떻든 구가 자체 부담해야 하는 몫으로 남는다. 살림살이가 팍팍한 자치구에서는 도서관 추가 설립에 엄두도 내지 못한다.

동네체육시설은 구민 복지 차원에서 100% 부담해야 해서 격차가 더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용 문제로 구별 재정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청들은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중앙정부가 주도한 복지정책에 필요한 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매칭 방식으로 떠안으면서 구청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방세 등 자체 재원 규모가 작아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는 문화와 체육 등에 투자할 여력이 제로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자치구별로 상이한 재정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자치구에 지원하는 조정교부금 총액을 2013년 1조8510억원에서 올해 2조3915억원으로 29.2% 늘렸다.

자체적으로 돌파구를 찾아 나선 구도 있다. 중랑구는 민관 협력사업을 통해 버려진 공중전화부스를 250여권의 책을 갖춘 ‘작은 도서관’으로 개조하는 사업을 지난 7월 시작했다. 전화부스는 KT링커스에서 기증받고 리모델링 재원은 아주그룹의 비영리기관인 아주복지재단에서 지원받는다. 나진구 중랑구청장은 “관내에 대기업 하나 없는 구 여건과 낮은 재정자립도 문제를 해결할 비책”이라며 “작은 도서관을 관내 20여개 지역의 공중전화부스 40개에 추가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구의 정책 우선순위도 주요 변수다. 서초구는 자치단체가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가 63.6%로 중구(65.2%)와 강남구에 이어 3위지만 도서관은 2개뿐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과거 구청장들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도서관은 다소 밀려나 있었다”며 “민선 6기에서는 구의 도서관 부족 문제를 인식하고 내곡동과 양재동에 1개씩 추가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