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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식물' 이어…'괴물'로 가는 20대 국회

입력 2016-09-02 21:47:33 | 수정 2016-09-03 00:52:29 | 지면정보 2016-09-03 A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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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보이콧·의장실 점거 농성…야당, 숫자 앞세워 '밀어붙이기'
대선 앞두고 주도권 쟁탈전…공격·수비 '뒤바뀐 여야'

'강경 투쟁'나선 새누리
"추경 조속 처리" 주장하다가 의사일정 보이콧…청문회도 불참

힘으로 밀어붙이는 2 야당
청문보고서 채택 등 연일 초강수
"추경 단독 처리할 수도" 여당 압박
여야가 뒤바뀌었다. 정기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힘으로 밀어붙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야성(野性)을 발휘하는 상황이다.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 과정 등을 살펴보면 야당의 ‘전매특허’인 국회일정 보이콧과 국회의장실 점거를 새누리당이 했고, 야당은 여당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의사일정을 소화했다. 20대 국회 여소야대가 만들어낸 새 풍속도다.

날치기 처리는 여당 몫, 국회일정 보이콧과 점거투쟁은 야당 몫이라는 이전 국회의 등식이 뒤바뀐 것이다. 추경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새누리당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발언을 문제 삼아 의사일정을 보이콧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일 “여당의 책무를 다 하지 않으려 한다면 추경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지원 예산을 포함한 증액안을 단독 처리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31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불참했다. 지난 1일 오후에 열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반쪽 청문회가 됐다. 야당은 단독으로 두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단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여당이 불참한 채 인사청문회를 야당이 단독으로 한 것은 2000년 이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의 2015년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데 대해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첫 번째 날치기”라고 비난했다.

여야가 강 대 강으로 맞선 것은 20대 국회 초반부터 밀리지 않겠다는 기싸움 성격이 짙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국주도권 쟁탈전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20대 국회 들어 ‘협치(協治)’를 다짐했지만 협치는커녕 불치를 향해 가고 있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석 달 동안 여야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조 후보자 청문회장에선 “닥치세요” “멍텅구리” 등 막말이 난무했다. 야당은 추경안을 다른 정치적 현안과 연계해서 처리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처리가 늦어졌다. 법안 제출은 급증하는 데 20대 국회 들어 지난 석 달 넘게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의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약 385조원 규모의 2015회계연도 예산 결산안 처리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법정시한(8월31일)을 넘겼다.

여야는 20대 국회 임기 시작 전부터 협치를 다짐했지만 3당 체제에 걸맞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힘’과 연계전략을 무기로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고, 19대 국회의 여대야소 국면에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에 끌려다닌 새누리당은 보다 정교한 조정 능력과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몸싸움이 횡행한 18대 국회는 ‘동물국회’라고 불렸고, 19대는 ‘몸싸움’을 막고자 제정한 선진화법으로 인해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들었다. 20대는 다당제 아래에서 정치권이 협치와 역행하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괴물국회’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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