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엊그제 개회했지만 시작부터 충돌과 파행의 연속이다. 추가경정 예산안을 놓고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교문위)에선 야당 단독으로 증액안을 의결하는가 하면, 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회사에서 사드 배치 등의 현안에 대해 정부를 맹비난하며 중립의무를 어겨 논란을 자초했다. 급기야 여당인 새누리당은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의장실에서 농성까지 벌였다.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어젯밤 추경안을 통과시켰지만 정부안 제출 이후 무려 39일이나 걸렸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에서 정부·여당과 거대 야당 간의 마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위법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는 것은 숫자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교문위가 소관 추경안을 심의하면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관련 지방교육채 상환을 위한 예산 6000억원을 야당 단독으로 추가 편성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헌법 57조엔 정부 동의 없이 국회의 예산 증액이나 새로운 비목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이 증액안은 여야 3당 합의에서 전액 삭감됐지만, 교육시설 개·보수비로 2000억원이 증액돼 예산 편법 전용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회의장의 주된 직무는 국회의 질서 유지와 의사 정리다. 국회법에서 국회의장에 당선된 날부터 당적을 가질 수 없다(20조2)고 명시한 이유다.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야권의 논리를 대변하는 연설로 일관한 것은 노골적으로 한쪽을 편드는 편파적 심판이나 다를 바 없다. 그동안 4·13 총선의 민의는 협치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것이 야권이다. 한데 개원 초부터 보여주는 행태는 숫자가 우세하면 뭐든지 다 해도 무방하다는 식이다. 협치(協治)를 ‘협치(脅治)’로 아는가. 설사 정권을 잡았다 해도 이래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