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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사 '콕 찌르기'] (32) 벌과 인류문명

입력 2016-09-02 16:33:08 | 수정 2016-09-02 16:33:08 | 지면정보 2016-09-05 S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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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박사의'그것이 알고 싶지?'

벌이 없었다면 인류문명은 탄생했을까?
우리가 벌을 수입한다는 것을 아시는지?
반어(反語)와 역설(逆說)은 문학에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문학도 넓은 의미에서는 자연의 산물이다. 생명 활동에 유용하기에 발생했고 진화했을 터다. 반어와 역설은 자연에도 있다. ‘객관적 엄밀성’을 생명으로 하는 과학자의 시각으로 ‘과학에 깃든 반어와 역설’을 탐색해보자. 소설가이자 사상가인 복거일의 신간 《생명예찬》에 쓰인 여러 사례를 모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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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의 신간 ‘생명예찬’

많은 사람이 녹음이 우거진 푸르름을 좋아한다. 푸르른 풍경을 상찬한 문학 작품은 고대 이래로 끊이지 않았다. 과학이 밝혀낸 인류의 탄생지도 ‘푸르른 초원(草原)’이다. 초원에서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인류의 본능이다. 푸르름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모든 동물은 본능적으로 푸르름에 끌린다. 생존에 필요한 식물들이 ‘거기 있음’을 알려주는 시각적 지표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먹이는 광합성을 하는 푸른 식물이다. 그렇다. ‘푸르름’은 생존하기에 좋은 환경을 상징하는 빛깔이다.

하지만 푸른빛은 정작 광합성과 가장 관련이 적은 색이다. 광합성이 가장 활발한 파장은 엽록소의 흡수 파장인 남청색이라고 한다. 엽록소가 흡수하지 못한 파장들이 남아 식물들의 빛깔을 결정한다. 광합성을 가장 못하는 푸른빛이 식물들을 상징하게 된 까닭이다. ‘상징색’이 ‘식물 본연의 기능’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 반어와 역설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쩌면 식물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기능도 식물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뜻일까?

꽃, 벌, 열매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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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권에서 ‘꽃’은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꽃’은 인공 개량의 산물이다. 야생화들은 화사하지 않다. 벌들을 유혹할 만큼만 아름답다. 바람이 매개하는 풍매화들은 벌이 매개하는 꽃들보다 덜 화사하다. 복거일에 따르면 ‘바람은 꽃의 빛깔이나 향기에 마음 쓰지 않는다’. 먼 옛날, 말벌 가운데 한 무리가 작은 곤충을 사냥하는 대신 꽃가루를 채집하기 시작했다. 그 무리는 벌로 진화했고 그 덕분에 화사한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번창하는 현상을 낳았다. 1억1300만년 전부터 8300만년 전 사이에 벌어진 현상이다. 벌이 먹이를 얻는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면 화사한 꽃을 피우고 커다란 열매를 맺는 식물의 확산(피자식물 폭발·angiosperm explosion)은 없었을 것이고 피자식물의 열매에 농축된 에너지를 기반으로 성립한 인류문명도 탄생할 수 없었을 터다. 벌은 그만큼 생태계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존재다.

문제는 한반도에서 벌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벌들이 집단으로 폐사해서 울상 짓는 양봉업자들의 이야기가 여러 번 뉴스에 나왔다.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살충제와 제초제를 많이 쓰는 환경이 벌들의 건강에 지장을 준 것이라는 가설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다. 이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양봉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식물이 벌에게 수분을 의존하기 때문이다. 벌이 줄어들면 당연히 생태계가 큰 충격을 받고, 그 파장은 결국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끼칠 터다.

독자 여러분은 혹시 대한민국이 ‘벌’을 수입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한국은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매년 많은 벌을 수입해 과수원에 풀어놓는다. 그러나 많은 수의 ‘외국 벌’이 생식에 실패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보고다. 대한민국 정부는 해마다 점점 더 많은 벌을 수입해 생태계의 균형을 가까스로 맞추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생태계가 무너지면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생물학적 징검다리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모은 양분을 한곳에 모아 놓은 것이 바로 ‘열매’다. ‘꽃’과 마찬가지로, ‘열매’ 역시 세계 문화권에서 널리 쓰이는 문학적 상징이다. ‘열매’의 인류사적 중요성은 어디 있을까? 열매 없이는 문명의 탄생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과학적 진실이다. 식물의 다른 부분에는 양분이 적다. 초식동물의 소화기가 발달한 이유는 자명하다. ‘양분이 적은 풀’을 먹고 신체기능을 유지하려면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취할 것’과 ‘몸 밖으로 내보낼 것’을 지속적으로 선별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양분이 고도로 농축된 열매를 거둘 수 있어야 비로소 생존을 넘어선 문명의 창출이 가능하다. ‘열매’는 인류가 ‘생명 유지와 생존’에 필요한 절대시간을 줄이고 나머지 시간을 그 이외의 활동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동력원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은 기실 ‘문명의 탄생’과 직선으로 닿아 있는 지혜다. 모든 번성한 고대문명은 곡물창고를 보유했다. 고고학자들은 고대도시에서 곡물창고-구전-신전의 순으로 건물이 지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광합성이 없었더라면, 벌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열매가 없었더라면 인류 문명의 출현은 단언컨대 불가능했다.

인류는 발전된 문화와 문명을 건설했다. 그래서 지구의 지배적 종이 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 생명의 근원이 된 현상들을 무심하게 허물어뜨린다. 망가뜨리는 줄도 깨닫지 못하고 허물어뜨린다. 지배적 종인 인류는 우리 자신이 그것의 한 부분인 생태계를 지키고 가꿔야 한다. 생태계가 무너지면 인류도 생존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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