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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을 위한 경영학] (6) 전략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입력 2016-09-02 16:42:51 | 수정 2016-09-02 16:42:51 | 지면정보 2016-09-05 S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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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사례만 분석해 목표 세우면 됐는데

테러·알파고 등 대외환경 급변
'계획적 접근'이 더이상 안 통한다
올해 들어서도 환율, 유가 등 주요 지표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여전하고,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기세는 혼란을 가중시킨다. 벨기에 테러는 세계를 경악하게 했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알파고의 등장은 디지털 기술의 미래 가능성을 새삼 깨닫게 하고, 애플의 매출 감소는 그 누구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초(超)경쟁 상황을 대변해준다.

이렇게 사업 환경이 급변하는데 기업은 사업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는가? 만나는 경영자마다 속수무책이라며 아우성이다. 정말 큰 문제는 이제까지 써온 전략경영 방법론들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나름대로 전략의 대가라고 일컬어지는 교수들은 물론이고, 오랜 전통을 가진 전략컨설팅 회사들도 클라이언트의 전략적 고민을 예전과 같이 명쾌하게 풀어주지 못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왜 그런가. 이제까지 잘되던 것들이 무엇이 문제이기에 효과가 없다고들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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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한마디로 말해서 ‘불확실성’이 뚜렷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불확실성은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을 말한다. 흔히들 불확실성과 위험을 개념적으로 혼용하기도 하는데, 양자는 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좀 딱딱한 설명을 하자면, 위험은 확률 분포를 어느 정도 사전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제까지의 경험치가 어느 정도 축적돼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반면에 불확실성은 확률 분포 자체를 모르는 경우다. 즉 특정 사건이 일어날 확률에 대해 전혀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가 처음 당해보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경험이 없으므로 우리의 ‘프레임’밖에 있고, 가끔은 상상조차 어렵다.

이제까지 전략경영에서 제시한 다양한 전략 수립 방법론은 ‘계획적 접근방법(planning approach)’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목표를 정하고 외부 환경과 조직 내부 여건을 분석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계획을 수립한 다음,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계획적 접근방법의 요지다. 이런 접근방법의 기저에는 미래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즉 이미 일어난 과거의 자료인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현재를 바라보면 미래가 보인다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접근방법의 효력이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양상은 불확실성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전략 수립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새로운 방법론은 ‘발생적 접근방법(emergent approach)’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을 분석하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답이 나온다고 한 계획적 접근방법과는 본질적으로 달리 접근한다.

어차피 미래의 상황은 변화할 것이고 그런 변화가 어떤 형태를 띨 것인지는 사전에 알 수 없다는 것을 대전제로 삼는다. 따라서 사전에 꼼꼼한 계획을 짠다는 것은 무리고, 출발선에서 어느 정도 가설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전략계획을 수립해 실행하면서 실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계획을 환경에 적응하며 탄력적으로 수정 및 보완해 나간다는 것이 발생적 접근방법의 핵심 내용이다.

전통적인 전략계획 기반의 전략 수립 접근방법을 보완 또는 대체할 만한 발생적 접근방법의 구체적인 방법론은 무엇인가? 필자는 대표적인 방법론으로 이른바 ‘시나리오 접근방법’을 권하고자 한다. 시나리오 방식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랜드연구소에서 소련과의 핵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개발한 일종의 가상 전쟁게임인데, 이후에 민간 기업으로 확산된 전략 수립 접근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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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가장 잘 활용한 기업으로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셸을 들 수 있다. 원유 가격에 기업 성과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 셸은 오랫동안 유가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초미의 관심을 쏟고 있다. 유가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유가는 워낙 복잡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셸은 시나리오를 활용해 커다란 성공을 경험한 바 있다. 1970년대 유가가 급등한 소위 오일 쇼크를 시나리오를 가지고 미리 예상했다. 단지 예상에 그친 것이 아니고 이에 따른 적절한 전략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실행에 옮김으로써 막대한 재무적 성과를 올렸다. 또 소련의 붕괴를 예상해 당시 북해 유전에서의 전략적 대응을 미리 실행함으로써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셸은 조직 내부에 전문적인 시나리오팀을 두고 회사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전략적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시나리오를 만들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의 방법론은 이제까지 경영자들이 익숙한 전략계획 접근방법과는 본질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과거의 자료를 분석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계획적 사고와는 달리, 미래는 과거와 단절돼 과거 자료를 아무리 잘 분석해도 치명적인 전략적 맹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겸허한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커다란 힘에 대해서 체계적인 관찰을 함으로써 미세하지만 중요한 신호를 감지해낸다. 커다란 힘들을 심층적으로 이해해 몇 가지 핵심적인 불확실성을 도출해내고, 이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개발한다. 감지된 신호가 어느 시나리오에 가까운 미래를 의미하는지를 추론하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그려 나가고, 그에 따라서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가늠하는 것이 셸의 전략 수립 접근방법이다. 필자는 이런 접근방법이 극심해지는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는 데 매우 유용할 것으로 확신한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최근의 경영 환경에서 경영자들은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영자의 습관적인 사고방식이다. 불확실성은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이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익숙한 전략계획 수립 방식으로는 잡아낼 수 없다. 전략계획을 하되, 그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불확실성에 대비한 전략적 사고방식과 방법론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오늘날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전략적 감수성을 키워 나가는 일이다. 전략 경영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동재 < 연세대 국제대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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