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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7년간의 무정견, 무능, 무책임이 해운산업 무너뜨렸다

입력 2016-09-01 18:36:09 | 수정 2016-09-01 23:39:08 | 지면정보 2016-09-02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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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구조조정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크게 훼손돼 상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당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의 공동발표였다. 벌써 7년 전 일이다. 강산이 변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슨 일이 진행됐나. 엊그제 국내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이 전격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다방면의 쇼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신청 하루 만의 후폭풍이지만 그 양상을 보면 누가 이 사태를 컨트롤은 하고 있는지, 치밀하게 계획이 된 일들인지,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바로 쫓겨났고, 용선사인 세계의 선주들은 운항 중인 한진해운 배를 가압류하고 나섰다.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규모가 최대 17조원, 사라지는 일자리는 2만~3만여개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제 해상운임은 일부 구간에서 50% 넘게 폭등했다. 교역대국인 한국 수출품의 99% 이상을 운송하는 해운의 차질은 연관산업으로 확산되고, 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지울 수밖에 없다.

이런 허무한 결말은 구조조정 7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채권단은 ‘신속인수제’니 뭐니 하면서 도와주는 시늉을 냈지만, 실제로는 연 12~14%대의 고금리 장사를 벌인 데 불과했다. ‘어떻게 회사를 살릴까’라는 생각보다 채권 회수에 더 치중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세계 3위 선사 CMA-CGM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프랑스 정부가 50억달러의 구제금융 및 이자유예 조치를 한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중국도 글로벌 해운업 불황에 맞서 어림잡아 4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상황이 이처럼 급속하게 돌아가는 와중에도 금융위는 팔짱을 낀 채 채권단과 시장의 자율결정을 존중한다는 텅 빈 말만 반복했다. ‘원칙주의’라는 미명하에 이니셔티브를 포기한 행태는 결국 재앙으로 이어졌다. 채권단은 이미 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만큼 여차하면 파산으로 끌고 가도 타격이 거의 없다. 문제는 산업은 어떻게 되는가이다.

법정관리 후의 처리 방안도 혼선을 빚고 있다. 금융위는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에 인수시키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의 M&A를 얘기하지만 법정관리 시 자산가치가 급속히 무너진다는 난관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핵심자산이 이미 처분돼 우량자산은 별로 남아 있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고발도 있다.

현장의 혼란과 달리 금융당국의 표정은 의외로 차분하다. 증시가 안정적이고 은행이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게 금융위의 진단이다. 시장참여자들은 정부의 이런 태도에서 더 불안감을 느낀다. 한진해운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정부는 도대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한진해운을 정리한 뒤 한국 해운업을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 마스터 플랜이 있기나 한지도 궁금하다.

대우조선 사태에서 확인된 것처럼 정부 안에 해운업 구조조정을 이끌어갈 지식과 지력이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 내 최고 해운 전문가집단인 해양수산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실종 상태다. 해수부의 고위관계자조차 ‘언론을 통해 상황을 파악한다’고 할 만큼 담당부서는 처음부터 배제돼 있다. 금융위가 해수부를 한 수 아래로 보고 상대해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도는 정도다.

한진해운과 대주주 측의 무성의가 법정관리를 불렀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진은 계열사까지 동원해 2조2000억원의 자구안을 실천했다. 의욕이 과해 너무 빨리 자구카드를 꺼낸 게 패착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부와 일을 할 때는 최대한 질질 끌고 공무원들을 괴롭혀야 한다는 말은 이번에도 사실처럼 널리 수용되고 있다.

물론 한진해운이 일방적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국내 최대 국적선사로서 글로벌 업황에 대처하지 못한 경영 실패는 무슨 말로도 변명하기 힘들다. 내부자 거래 등의 논란도 불렀다. CEO의 무능력도 문제다.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조차 미국의 마크워커 변호사가 개입하고서야 ‘그런 협상이 가능한 줄 알았다’는 식이었다. 그런 무식과 무지가 회사를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것이다. 주무부서인 해수부는 무엇을 하고 있고, 구조조정과 관련한 한국의 지식총량이 이런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인가. 만일 지식이 모자란다면 외국인이라도 데려와서 구조조정 사령탑에 앉히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무능한 사람들이 모여앉아 떠들어봤자 배가 산으로밖에 더 가겠는가. 지난 7년 동안 해온 짓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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