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게임을 이해해야 아이들 게임 중독 치료한다
언젠가부터 소아정신과 의사가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우리 아이가 게임 중독에 빠진 게 아닌가요”이다. 이 질문을 하는 부모들은 아이의 공부를 방해하는 게임은 물론 종종 게임산업 전반게임 개발자, 게임방송 관계자, PC방 운영자, 프로게이머 등-에 적대감까지 표출하고는 한다. 일부에서는 ‘중독’이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헤어나올 수 없고, 치료가 필요하며, 결국 폐인이 돼 인생을 망치는 등-를 결합해 아이가 게임에 몰두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도박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에 이르는 것과 비교할 정도다.

하지만 게임 중독을 도박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과 동일 선상에서 접근하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치료의 기본은 아이와 소통하는 것인데, 위의 맹목적인 부정적 시각은 이 소통을 방해한다. 아이와 부모의 소통도 마찬가지여서 이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면 부모는 이해는커녕 그냥 싫은 마음이 들고, 이런 마음을 눈치챈 아이도 부모와 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결국 부모와 아이 사이에 소통이 멈춰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부모의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종류와 형식이 다양해 게임을 하는 사람의 동기가 모두 같다고만 할 수 없는 점이다. 알코올 중독은 주종이 달라도 결국 알코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게임은 이렇게 하나로 묶을 만한 무언가가 이제는 없을 만큼 다양해졌다. 간단히 생각해 보아도 게임을 하는 기기에 따라 오락실 게임이라 불리는 아케이드 게임, PC 게임, 스마트폰 게임, 비디오 게임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게임 형식에 따라서도 롤플레잉 게임, 시뮬레이션 게임, 1인칭 슈팅 게임, 레이싱 게임, 리듬 액션 게임, 대전 액션 게임, 잠입 액션 게임, 스포츠 게임 등 다 소개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이런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동기와 재미 역시 그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는데 이를 한데 묶어 게임 중독이라고만 말하면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의 처지에서는 납득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자신에게 재미를 주는 것을 부정하는 부모나 어른과의 소통을 멀리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하나의 캐릭터를 키우고, 여러 장비로 꾸며 게임상에서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아이는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는 대인 관계나 자존감의 문제가 게임을 하는 동기인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일들이 게임상에서 이뤄지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그 안에서 자신이 인정받는 상태를 즐기는 것이다. 반면 10분 이내로 게임이 끝나는 대전 액션 게임이나, 레이싱 게임은 스릴감을 통한 재미를 느끼려는 면이 크다. 이는 롤플레잉 게임에서는 얻기 힘든 것이어서 무슨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어떤 부문에 흥미를 느끼는지 아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외에 게임 자체의 흥미나 재미보다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이런 다양한 동기와 흥미가 있는 상태를 단순히 열중한다는 이유만으로 중독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면 아이의 마음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게임에 몰두하는 자녀가 걱정된다면, 우선 게임의 이름이 무엇이고 어떤 종류인지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그 게임은 어떻게 하는 건지, 왜 하는 건지, 어떤 점이 재미가 있는지를 하나하나 이야기해 보면 아이와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위에 적어 놓은 게임에 대한 용어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질 시점이 오면 어느 정도 아이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소통을 바탕으로 아이와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게임은 이해의 대상이지 맹목적인 배척의 대상이 아니다.

강병훈 < 서울연마음클리닉 원장·정신과, 소아정신과 전문의 kangbyounghoon@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