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20개월 만에 ‘역성장의 늪’에서 벗어났다. 역대 최장 기간인 19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달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8월 수출 반등에 대해 “회복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각에선 ‘깜짝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조업 일수 증가와 기저효과 등 ‘일시적 요인’에 기댄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20개월만에…수출, 플러스로 '깜짝 반전'
기저효과가 만든 ‘깜짝 실적’

산 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01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역대 최장 기간인 19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전 기록은 2001년 3월부터 13개월이었다. 지난달 수출 반등의 주된 요인은 주력 품목 수출이 모두 개선됐다는 점이다. 선박(89.9%), 컴퓨터(23.4%), 철강(5.4%), 석유화학(4.1%), 차부품(3.2%), 반도체(2.5%), 섬유(2.3%) 등 13대 주력 품목 수출이 1.7%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일시적 요인에 따라 수출이 늘어난 품목이 많다. 가장 큰 상승세를 보인 선박이 대표적이다. 지난 한 달 동안의 표면적 성적표는 우량하다. 해양플랜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총 28척, 32억50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90%에 육박한다. 문제는 늘어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 주무부처인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5~6월 수출하기로 한 물량의 인도 시점이 미뤄지면서 8월 실적에 잡혔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갤럭시노트7 등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석유화학 역시 일본 나프타 분해설비(NCC) 업체가 지난 7월 말 설비 결함으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봤다. 조업 일수가 비교 시점인 작년 8월보다 이틀 늘어난 것도 수출액을 부풀린 요인이다. 지난달 하루 평균 수출실적은 16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17억8000만달러)보다 적었다. 지난 1월 16억2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다.

“자동차 파업 없었으면…”

상 승 여력도 있다. 차는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등의 파업 영향으로 2010년 2월 이후 6년6개월 만에 최저치인 23억달러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산업부는 9억2000만달러가량 수출에 차질이 생겼다고 추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동차업계 파업이 없었다면 8월 수출이 5%대 증가율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2.6%였다.

이른바 ‘5대 유망 소비재’로 손꼽히는 화장품 의약품 생활유아용품 농수산식품 패션·의류 등이 상승세를 지속한 것도 긍정적이다. 화장품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국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도 크게 늘면서 역대 최대 수출액인 3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작년 1월 이후 지난달처럼 조업 일수가 전년 대비 하루 이상 많았던 게 다섯 달, 선박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넉 달이었는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전환은 수출 회복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많다. 미국 금리인상 등 하방 리스크도 남아 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흥시장 수요 부진과 중국의 경쟁력 상승으로 수출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