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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깨우는 한시 (3)] 동도서말임천반(東塗西抹任千般) 쟁사천진본래양(爭似天眞本來樣)

입력 2016-08-31 18:31:46 | 수정 2016-09-01 04:02:36 | 지면정보 2016-09-01 A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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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서말임천반(東塗西抹任千般) 제 아무리 잘 다듬고 꾸밀지라도
쟁사천진본래양(爭似天眞本來樣) 어찌 천진스러운 본래 모습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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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영상매체에 출연 요청을 받았다. 약속시간에 도착하니 먼저 분칠이 기다리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현실 앞에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랐다. 방송을 마친 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다시 보게 됐다. “생얼보다는 훨~낫네.” 방영 후 여기저기서 ‘더 젊어 보인다’는 접대성(?) 문자가 날아온다. 젊은 것과 젊어 보이는 것은 다르다. 하기야 젊어질 수 없다면 젊어 보이기라도 해야겠다. 그래서 화장을 하나보다.

출판에디터와 피맛골에서 메밀면으로 점심을 함께했다. 대화 소재는 얼마 전 경험한 ‘화장사건’으로 옮겨갔다. 화장이 생활화된 직장여성들을 만난 덕분에 바비 브라운도 알게 됐고 탕웨이(湯唯) 일화도 들었다. 바비 브라운은 “아름다움이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과 건강한 내면에서 나온다”는 경영철학과 자연스러운 것이 아름답다는 믿음이 반영된 신제품으로 화장품시장 점유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한국에 정착한 중국 유명여배우 탕웨이 일화는 정샘물 선생의 자연스러운 화장법을 통해 다시 태어난 ‘before정샘물after’ 모습이 인터넷에 떠다니는 유명사진이라고 전해준다.

선인들은 여인네가 화장하는 것을 두고서 ‘동쪽에서 바르고 서쪽에서 칠한다(東塗西抹)’고 묘사했다. 그래서 천의 얼굴(任千般)이 된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어디 외형뿐이랴.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마음상태에 따라 표정도 매번 바뀐다.

이 작품은 빼어난 문장력과 타고난 감수성을 지닌 고려 후기의 대표적 선승 혜심(慧諶·1178~1234) 국사의 글이다. 천진(天眞) 화상에게 본인의 이름처럼 ‘천진스럽게 본래 모습대로 살라’고 당부하며 써준 것이다. 사족을 붙인다면, 한시의 둘째 줄 ‘쟁사(爭似~)’는 “어찌 ~만 하겠는가”라고 해석한다.

원철 스님(조계종 포교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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