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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의 비타민 경제] 경제학 시각으로 본 '이대 나온 여자'

입력 2016-08-31 18:35:36 | 수정 2016-09-01 04:01:22 | 지면정보 2016-09-01 A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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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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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사태가 벌써 한 달을 넘었다. 발단이 된 미래라이프대(평생교육 단과대)가 백지화됐지만 다시 총장 사퇴를 놓고 대치 중이다. 신학기가 시작됐어도 실마리가 잘 안 보인다. 이른바 ‘이대 나온 여자’들의 싸움에 쏠렸던 세간의 관심도 이젠 시들해진 듯하다.

한국 사회에서 수용되는 이대의 이미지만큼이나 사태를 보는 관점도 다양할 것이다. 여기서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경제학자라면 어떻게 봤을까. 대번 ‘신호(signaling)’라는 개념을 떠올렸을 것이다. 신호란 정보 비대칭인 상황에서 정보를 가진 쪽이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취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197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가 별 쓸모없고 지루한 공부 끝에 딴 MBA가 왜 가치 있는 것으로 대접받는가에 대해 제시한 가설이다. 신호는 비쌀수록, 아무나 따라 할 수 없을수록 효과적이다.

이대 사태는 신호의 관점에서 볼 여지가 많다. 초기에 농성 학생과 졸업생들은 “(평생교육 단과대가) 이대 졸업장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12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들어간 학교인데, 누군가는 등록금만 내고 들어간다면 신호 효과가 반감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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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보내기는 주위에 흔하디 흔하다. 명문대를 선호하고, 애인에게 보석을 선물하고, 브랜드를 광고하는 것 등이 모두 그렇다. 명문대 졸업장은 사춘기에 한눈 안 팔고 끈기있게 공부했다는 점을, 보석선물은 거금을 쓸 만큼 애정이 있다는 점을, 브랜드는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할 만큼 품질에 자신 있다는 점을 각기 고용주, 애인,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몸짱 남성은 쫄티를, 날씬한 여성은 스키니진이나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다. 그런 몸매를 갖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에 신호가 된다. 삼류 조폭은 시비가 붙으면 웃통부터 벗어젖히고 문신을 드러낸다. ‘난 이렇게 막가는 놈이야’라는 신호다. 영화 ‘타짜’에서 정마담이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외친 것도 화류계 출신이라고 깔보지 말라는 자기광고다.

그렇다면 정보를 갖지 못한 쪽은 어떻게 반응할까. 신호를 감별하는 선별(screening)에 나선다. 신호가 ‘나 잘났소’라면 선별은 ’어디 잘났나 보자’인 것이다. 명문대 졸업장이나 비싼 광고가 실력과 품질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 고용주는 구직자들의 스펙으론 알 수 없는 인성을 보기 위해 인턴이나 합숙면접을 선호한다. 소비자는 광고보다는 사용자 후기를 더 신뢰한다. ‘믿지 말자 조명발, 속지 말자 화장발, 다시 보자 사진발’과 같은 심리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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