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원을 넘어서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크게 우려되는 대목이 ‘복지예산’의 급팽창이다. 2014년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3년 만에 130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낙관적인 경제성장(3.1%)을 전제로 내년에도 세수 호조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정부의 이중의 낙관론도 걱정이지만, 재원은 아랑곳없이 마구 나랏돈을 가져다 쓰겠다는 법만 발의해대는 국회는 더 큰 걱정이다.

20대 국회 개원 석 달 만에 의원들이 내놓은 법안들은 건당 필요한 재원이 최소 3500억원이라는 분석까지 나와 있다. 이 기간 중 발의된 의원입법 1677건 중 소요되는 비용추계서가 붙은 151건을 전수조사한 결과가 그렇다. 기초연금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리자는 법안은 매년 7조2090억원의 재원을 요구한다. 군비행장 인근 주민을 향한 ‘소음피해 보상법안’에도 2조4892억원이 필요하다. 전자가 무차별 복지법안이라면 후자는 명백한 민원용이다. 연평균 1000억원씩 필요한 법안만 49건이 정기국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비용추계서라도 첨부된 법안은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 91%(1526건)의 법안이 비용추계서는 첨부되지조차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낸 법인세 인상(22%→25%) 법안이 대표적이다. 의원입법에는 비용추계서를 반드시 내도록 2년 전 의원입법으로 만들었으나 온갖 예외조항으로 있으나 마나 한 법이다. 심지어 국회 산하의 예산정책처에 비용추계요구서만 내도 되도록 한 긴급입법 조항이 악용되고 있다. 당초부터 소요예산은 관심 밖이다. 소위 ‘페이고(pay go)’ 법안이 번번이 무산된 것도 그래서다.

3개월 만에 연간 1조원 이상 필요한 법이 17건이나 발의됐다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더할 것이다. 어제 통계청은 7월 소비가 22개월 만에 최대 폭인 2.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래도 야권은 “고소득자, 대기업 세금만 올리면 된다”는 뒤떨어진 주장만 해댄다. 정부가 앞서 지출을 줄이겠다는 재정건전화법안도 ‘입법권 제한’이라며 반대한다. 국가재정을 파탄내기로 작정한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