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재정 조기집행 등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근근이 버티던 한국 경제의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직격탄 맞은 승용차 시장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대표적 소비지표인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2.6% 줄었다. 석 달 만의 감소세다. 감소폭은 2014년 9월(-3.7%) 이후 1년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소매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 판매 감소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지난 6월로 종료되면서 승용차를 포함한 내구재 판매가 9.9% 급감했다. 김광섭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승용차 판매는 전월보다 28.2% 줄었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가 있던 작년 7월보다도 12.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생산·소비·투자↓…경기 '상고하저' 현실화되나
전(全)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0.1% 감소하면서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통신·방송장비 생산이 6월보다 10.6% 줄어든 탓이 컸다. 휴대폰 등을 해외 공장에서 만들면서 국내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특수로 TV 등의 수요가 많아지며 전자부품(6.4%)과 반도체(46.7%) 생산은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이 1.4%의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던 배경이다.

자영업자가 많이 종사하는 서비스업지수도 0.7% 줄어들며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그나마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감소폭을 줄였다. 7월 외국인 관광객은 전월보다 10.1% 늘었고, 그중 중국 관광객은 22.6% 증가했다.

◆올 경기 ‘상고하저’ 우려

생산과 소비가 둔화하자 투자는 더 급격히 위축됐다. 7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1.6% 줄었다. 2003년 1월(-13.8%) 이후 13년6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수출 감소에 내수 위축이 겹치자 기업이 줄줄이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투자 항목 중에서는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 운송장비의 투자 감소폭(31.5%)이 두드러졌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의 충격이 투자로도 이어진 것이다.

향후 경기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산적한 대내외 악재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대한 우려로 고용이 둔화하고 생산·투자 회복이 지연되는 등 경기하방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반기 경기침체는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조선과 해운 등의 구조조정으로 제조업이 부진을 지속하고 서비스업 증가세가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며 “올해 경기는 ‘상고하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이 다시 한 번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동시에 움츠러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비하는 예산이 담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며 “이번 추경에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돈이 많기 때문에 국회를 지금 통과해야 9월에 실질적인 자금 집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