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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맥주, 왜 맛이 없을까

입력 2016-08-30 17:37:31 | 수정 2016-08-31 00:14:08 | 지면정보 2016-08-31 A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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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내세운 세 가지 이유

(1) 다른 나라에 없는 시설 규제…신규 진입 힘들고 경쟁 안돼
(2) 유통망 규제에 수제 맥주 편의점서 못 팔아
(3)'가격 승인제' 막혀 프리미엄 맥주 못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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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 2012년 말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국내 맥주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밍밍하고 특색 없다’는 악평은 이후에도 계속됐지만 국산 맥주의 질은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국내 맥주 애호가들이 한국 맥주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11년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유럽 맥주가 본격적으로 수입되면서부터다. 애주가들은 독특한 맛의 에일 맥주와 흑맥주 등을 마시기 위해 서울 이태원 등에 있는 수제 맥줏집으로 향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맛없는 맥주’ 퇴출 작전에 나섰다. 공정위는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맥주산업에 대한 시장분석’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를 맡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국산 맥주의 부진은 생산시설과 유통망, 가격 등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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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공청회에서 “국산 맥주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규모 맥주 사업자를 구분하는 제조시설 기준 요건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세법에 따르면 일반 맥주 사업자는 발효조 25kL 이상, 저장조 50kL 이상 설비를 갖춰야만 면허를 딸 수 있다. 이런 진입 장벽 때문에 맥주시장이 과점 체제로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사업자별로 맥주 생산량을 제한하는 규제도 개선 과제로 지적됐다. 주세법은 수제 맥주를 생산하는 소규모 제조기업의 저장시설과 발효시설 용량을 75kL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다. 수제 맥주 업체인 플래티넘맥주의 윤정훈 부사장은 “세계 어디에도 시설을 75kL 이하로 제한한 국가는 없다”며 “기업의 매출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어두는 건 자본주의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는 “시설 규제를 없애는 대신 제조업체의 난립을 막기 위해 최소 생산량 요건을 도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60kL가 최소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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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망 규제’도 철폐해야 할 낡은 규제로 꼽혔다. 맥주 제조 중소기업은 냉장 차량을 갖춘 특정 주류도매업자를 통해 제품을 유통할 수 없다. 정 교수는 “유통기한이 짧아 냉장유통이 필요한 ‘비살균 맥주’는 냉장차를 갖춘 특정 주류도매상을 통한 유통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1200여곳에 불과한 종합주류도매상을 반드시 거쳐서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것도 높은 규제 장벽이다. 소규모 맥주 사업자는 도매상과 거래를 트는 것이 어렵고 유통 비용도 부담이기 때문에 편의점 등에 판매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 교수는 “소규모 업체가 제조하는 수제 맥주도 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제조사가 신고한 맥주 제품 가격을 심사·승인하는 관행 또한 공정한 경쟁을 막는 규제라고 판단했다. 맥주와 소주 등은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있는 까닭에 사실상 ‘승인제’로 운영되고 있다. 좋은 원료를 사용한 고가 프리미엄 맥주를 개발하는 데 제약 요인이다. 소매업자가 맥주를 구매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도 철폐 대상으로 봤다.

세금 부과 기준을 ‘출고가’에서 ‘생산량’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제조원가가 세금과 무관해져야 고급 원료나 용기를 사용한 프리미엄 맥주 개발이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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