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선박 블록 제작을 성동조선해양에 맡길 계획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추진하는 선박 건조 아웃소싱 전략의 시범케이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대형 블록 제작 일부를 성동조선에 맡기는 방안과 관련해 수출입은행 및 성동조선과 논의를 시작했다. 블록은 배를 건조하기 위해 철판을 용접해 만들어놓은 중간 단계의 생산물이다. 블록을 조립하면 배가 완성된다. 성동조선이 블록을 생산해 삼성중공업에 넘기면 삼성중공업이 이를 조립해 선박을 건조하는 방식이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에 블록 생산을 맡기는 것은 지난해 맺은 경영협력협약의 일환이다.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8월 성동조선 정상화를 위한 경영협력협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은 당시 성동조선의 영업, 구매, 생산, 수주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이후 성동조선의 신규 선박 수주를 주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선박 발주가 눈에 띄게 줄면서 기존에 수주한 물량의 공정 일부를 성동조선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성동조선이 2008년 이전 블록 건조 전문회사였다는 점도 이런 결정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이 삼성중공업의 블록 제작을 맡으면 그동안 만들어보지 못한 대형 선박을 생산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다. 성동조선이 가장 우려하는 일감 부족 현상도 부분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반대로 삼성중공업은 올해까지는 일감이 충분한 상황이다. 오히려 해양플랜트 납기를 맞추는 데 집중해야 해 일부 공정을 성동조선에 맡기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선업계는 성동조선에 블록 제작을 맡기는 ‘실험’이 성공한다면 삼성중공업의 선박 건조 아웃소싱 전략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선박을 수주해 다른 조선소에 건조를 맡기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거제조선소(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꼭 거제를 고집할 게 아니라 우리가 수주해서 건조는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국내 중소 조선소에 맡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