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고려대, 성북구청과 함께 안암동 고려대 주변 민간 하숙집을 대상으로 ‘하숙 인증제’를 도입한다. 낡은 시설의 하숙집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수준의 하숙비를 받도록 하는 게 골자다. 서울시는 고려대를 시작으로 이 같은 ‘상생 하숙집’을 여타 대학가로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시·고려대의 실험…'하숙집을 기숙사로'
▶본지 3월30일자 A1, 10면 참조

30일 서울시와 고려대 등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염재호 고려대 총장,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다음달 말 하숙 인증제 도입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10월 안암동 하숙집 주인들을 대상으로 하숙 인증제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내년 초까지 인증제 참여를 희망하는 하숙집의 수요를 조사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시와 고려대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인증제를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숙 인증제란 시와 학교가 민간 하숙집의 시설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하숙비는 올리지 않기로 협약을 맺는 게 핵심이다. 구청은 지원 대상 하숙집에 별도 인증을 부여한다. 추후 논의를 거쳐 ‘상생 하숙’ 등 특정 브랜드명을 붙일 계획이다. 일종의 ‘공공 프랜차이즈 하숙집’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는 서울시와 고려대가 추진 중인 ‘안암동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려대 일대를 지역사회와 대학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캠퍼스타운’으로 바꾸기로 하고 2020년까지 1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청년 주거문제 해결과 대학 주변지역 상권 활성화, 대학과 지역의 협력 확대 등이 목표다. 고려대가 있는 안암동이 가장 먼저 추진되는 ‘1호’ 지역이다.

기숙사 수용률이 11%로 서울 주요 대학에 비해 크게 낮아 고민이던 고려대는 이 제도로 학생 주거문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려대는 2013년 말 개운산 내 학교 부지에 1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신축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주민들이 “학교 기숙사가 추가로 들어서면 하숙집 입주 학생이 줄어들고 상권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해 이제껏 추진하지 못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하숙집 주인 등은 하숙집 운영이 생계수단이라 반대가 극심했는데 하숙 인증제는 지역 주민도 살리고 학생들도 살리는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하숙 인증제를 고려대에 시범 적용한 뒤 효과가 나타나면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일대에 추진할 캠퍼스타운 사업에도 확산시킬 계획이다. 임우진 서울시 캠퍼스타운조성단장은 “고려대에 시범 적용한 뒤 효과가 있으면 다른 대학 캠퍼스타운 사업에도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강경민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