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이후 한국사회 변화상 입체 조명
6·25전쟁 이후 40년간의 한국 사회 변화상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한국현대 생활문화사》(총 4권, 창비)가 나왔다. 정치에 초점을 맞춰 한국 현대사를 서술한 일반적인 역사책과 달리 생활문화 영역의 흐름과 변화를 다각도로 들여다본 책이다. 시대별로 북한과 동아시아 역사도 함께 정리했다. 김성보 연세대 사학과 교수,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이혜령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허은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홍석률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가 기획하고 각계 전문가 32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30일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종엽 교수는 “우리 현대사는 역사교과서 논란, 위안부 문제에서 보듯 이데올로기적 갈등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런 논쟁에서 벗어나 당시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옷을 입으며 살았는지, 주요 정치적 사건에서 뭘 느꼈는지 등 생활상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허은 교수는 “동아시아 전체로 시각을 넓혀 시대상을 전체적으로 살폈다”며 “냉전과 분단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생활문화 영역의 정치성을 찾아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네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 사회를 10년 단위로 나눠 다룬다. 1950년대를 다룬 1권은 ‘삐라 줍고 댄스홀 가고’가 부제다. 6·25전쟁이 끝난 뒤 고아들을 유학 보내는 등 치열하게 살아간 서민의 생활상을 살핀다. 2권 ‘남녀노소 불문 야간통행금지’에서는 1960년대 근면과 성실을 요구하는 국가와 장발, 미니스커트를 원하는 개인들의 욕망이 어떻게 공존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3권은 ‘새마을운동과 미니스커트’, 4권은 ‘스포츠공화국과 양념통닭’이란 부제로 각각 1970년대와 1980년대를 다룬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