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프런티어] '기술 한국' 이끄는 미래 챔피언, 오늘도 정상 향해 전진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부터 대외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개발도상국을 도와주는 국가로 우뚝 서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아들과 딸들이 잘 먹고 잘살기를 바라며 뒷바라지했던 부모들의 간절함과 노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데는 높은 교육열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이 주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기술 격차 축소에 따른 경쟁 심화와 중국의 급부상 등으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이런 위기 속에서 다시 한 번 전열을 가다듬고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결국 해답은 교육이다. 21세기 지식 기반사회를 맞아 창의력을 가진 인재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을 비롯해 대학과 연구소, 정부기관 등이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런 과제들을 연세대 근우주론연구실, 서강대 C1 가스 리파이너리 사업단,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이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우주는 작게는 소립자부터 크게는 우리 은하, 외부 은하의 우주 거대 구조가 일정한 물리법칙 아래 형성되고 진화하는 시공간을 말한다. 우주론은 이런 우주와 그 안에 내재된 질서, 대우주의 기원과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우주의 기원과 인간의 의미에 관한 궁금증은 인류의 근원적 물음이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해답을 찾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근우주론연구실은 이 분야의 선도 그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천문우주학의 연구 성과는 한 나라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근우주론연구실의 행보가 기대된다.

서강대 C1 가스 리파이너리 사업단은 미래 자원으로 꼽히는 C1 가스를 수송용 연료 및 화학 원료로 전환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 중이다. 서강대는 세계 최고의 기초·원천, 생물학적·화학적 융복합 C1 가스 리파이너리 선도기술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 기술 대비 경제성이 우수한 기술 개발에 힘써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전후방 연관 산업 발전도 이끌어 창조경제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이공계의 경영학 석사(MBA) 과정으로 일컬어지는 기술경영(MOT: management of technology)은 기업에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 중 하나다. 기술경영은 기존 기술공학에 경영의 원리를 결합해 기술 개발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별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교육에 집중한다. MBA가 경영 전략과 경영 효율화에 중점을 두고, 산업공학은 제조 관리와 프로세스의 효율화에 집중한다면 MOT는 기술의 특성과 동향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기술이 사업화로 이어져 현장의 혁신을 이뤄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하 농기평)은 농림수산식품연구개발사업의 기획, 관리, 평가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농식품 분야 연구개발(R&D) 정책 수립 및 추진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농업의 경쟁력 제고와 농업인들의 소득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정부 R&D 정책과 현장 기술 수요와의 연계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농기평은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량 증가, 농업 수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아마노 히로시 일본 나고야대 교수는 “연구가 성과를 도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성과가 현실화될 때까지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체계가 뒷받침 돼야 노벨상과 같은 성과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은 경제의 근간이 된다. 새로운 기술이 산업현장에 활용된다면 기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고 이는 일자리 창출, 나아가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대학은 기술개발 연구에 매진하면서 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결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심을 가져야한다.

뚜렷한 목표를 갖고 우직하면서도 독창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결국 히든 챔피언이 된다. 각각의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매진하는 대학과 정부 산하 기관들이야말로 한국의 미래를 이끌 히든챔피언이다. 이들 덕분에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그날을 기대한다.

최승욱 특집기획부장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