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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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의술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늘고 있다. 자연히 건강수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평균수명이 0세를 기준으로 몇 년을 살 수 있는지를 절대치로 나타내는 지표라면 건강수명은 건강하게 삶을 사는 기간을 말한다. 노년기 삶의 질을 판가름하는 지표가 건강수명이다.

치매 등 인지기능 장애가 생기면 평균수명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건강수명은 줄어들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감퇴하면 치매 초기 증상이 아닌지 걱정하는 중장년층이 많다. 단순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를 알아봤다.

◆스스로 ‘깜박거림’ 인지하면 건망증

치매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 상당수는 “자꾸 깜박깜박하는데 치매인지 확인해달라”고 말한다. 건망증과 치매는 자신이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스스로 먼저 깨닫는지, 주변에서 먼저 아는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양현우 서울부민병원 신경과 과장은 “단순 건망증은 본인 스스로 종종 무언가를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편이지만 치매 초기에는 보호자나 가족이 환자의 기억 장애를 인지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심해지면 주변 사람이 환자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해도 부인하는 일이 흔하다.

건망증은 기억력 저하 증상만 나타날 뿐 다른 인지 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치매는 기억력과 언어 장애, 시공간 능력 저하, 계산 능력 저하 등의 어려움이 함께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예전에는 사교적이었지만 갑자기 외출을 꺼리거나 평소와 다르게 의욕이 떨어지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등 성격과 감정의 변화가 생기면 치매 초기 등의 증상을 의심할 수 있다.

◆귀띔해줘도 기억 못하면 치매

[건강한 인생] 요즘 기억이 자주 깜빡깜빡…혹시 나도 치매?
건망증과 치매는 기억력 자체로도 차이가 있다. 건망증은 잊어버린 사실에 대한 내용을 조금 상기시켜주면 금방 기억해낸다. 반면 치매는 옆에서 귀띔을 해줘도 사건 전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건망증은 물건을 사러 갔다가 몇 가지를 빠뜨리고 오는 등 기억해야 할 일 중 일부분을 빠뜨리는 양상을 보인다. 치매는 물건을 사러 갔지만 이곳에 왜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치매로 진단되면 완치할 수 없는 질환이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실제 치매는 완전히 나을 수 있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는 있다. 치매 원인 질환을 찾아 이에 맞는 치료를 하면 질환 진행을 멈출 수도 있고 나빠진 인지 기능을 개선할 수도 있다. 초기 치매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진행 속도가 빨라져 기본적인 생활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양 과장은 “약물 치료뿐 아니라 규칙적인 운동, 두뇌활동, 식사조절, 금연, 절주, 체중 조절, 충분한 수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관리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주변에서 환자를 윽박지르지 말고 무시하는 행동 등은 삼가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