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서산]  '비파를 타는 선녀' 닮은 천혜의 길지…장준규·이관순 등 배출
조선 시대 실학자인 이중환은 저서 《택리지》에서 “충청도에서는 내포가 가장 좋다. 가야산 앞뒤의 열 개 고을을 내포라 한다. 토지는 기름지고 평탄하며 물고기와 소금이 넉넉해 부자가 많다”고 저술했다.

내포(內浦)란 지금의 서산, 예산, 당진, 태안 등 충남 서해안 지역을 뜻한다. 이 중에서도 내포 입구에 자리 잡은 서산은 곳곳에 길지가 많은 고을로 손꼽혔다.

서산과 예산에 걸쳐 있는 가야산과 서산 연암산, 옥녀봉 등은 예로부터 큰 명당으로 풍수지리 학자에게 주목받았다. 가야산에는 풍수지리 학자들이 최고의 명당으로 꼽는 흥선대원군 아버지인 남연군묘가 있다.

서산은 예로부터 풍수지리상 옥같이 깨끗한 여자가 비파를 타는 형상을 뜻하는 옥녀탄금형(玉女彈琴形)의 명당으로 불렸다. 서산의 주산(主山)인 부춘산에 있는 옥녀봉은 서산시청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묘를 쓰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하지만 묘를 쓴 개인은 잘될 수 있지만 서산 주민 모두에게 화가 찾아온다고 해 예로부터 묘를 쓸 수 없는 금장(禁葬) 지역이었다. 옥녀봉이 송장으로 더럽혀지면 산에 살고 있는 옥녀가 서산 사람에게 해를 입힌다는 전설 때문이다. 지금도 옥녀봉에는 묏자리를 쓰지 않는다.

천혜의 길지라는 입지 조건에 힘입어 서산은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몽유도원도를 그린 조선 초기 화가인 안견이 서산 출신이다. ‘야전작전과 특수전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서산 해미면 출신이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서산이 배출한 대표적 기업인이다. 서산시 운산면 출신인 이 대표는 운산면에서도 산골마을인 원평리에서 태어났다. 3선을 지낸 아나운서 출신 변웅전 전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은 1996년 15대 총선과 2008년 18대 총선에서 고향인 서산에서 당선됐다. 기업인 출신인 성일종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지곡면 출신으로, 지난 4·13 총선에서 고향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경희대 총장을 지낸 김병묵 신성대 총장도 서산이 배출한 인재다.

서산=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