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찾을 수 있어"
“너무 좋은 직장을 찾지 마십시오.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곳을 따르세요.”

2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한 김인권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65·사진)은 “누구나 생각하는 좋은 직장보다는 자신이 진정 원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며 “이것이 모두가 꺼리는 한센인 병원 의사로 30년 넘게 살면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김 명예원장은 1975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소록도병원과 한센병 전문병원인 여수애양병원에서 한센병과 소아마비 치료에 헌신해온 의사다. 그는 올해 3월 정년퇴임 후에도 명예원장으로 남아 환자를 돌보고 있다.

김 명예원장은 “딸에게 서울대 졸업식 축사를 하게 됐다고 자랑했더니 ‘세상에 아빠같이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으니 세상이 살아갈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부른 것’이라고 했다”며 축사를 시작했다.

딸의 말처럼 그의 삶은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길이었다. 약 40년 전 앞길이 창창한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이던 그는 6개월간 소록도 한센인 병원에서 수련의로 일했다. 당시에는 전문의가 되려면 6개월간 의사가 부족한 의료취약지역에서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록도에서 돌아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공보의로 3년간 군생활을 할 때도 그는 근무지로 소록도를 택했다. 군복무를 마친 뒤 유명 대학들이 교수직을 제안했지만 그는 의사 세 명이 수십명의 한센인을 돌보던 작은 병원인 여수애양병원을 첫 직장으로 택했다.

김 명예원장은 졸업생들에게 힘든 일이더라도 스스로 선택한 길을 따를 것을 조언했다. 그는 “여수는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이었지만 그저 아픈 이를 돕고 이곳에서 일하는 게 보람 있다고 생각해 한센병을 고치는 의사가 됐다”며 “큰 동요 없이 34년의 긴 시간을 한 일에 봉직하게 된 큰 힘은 이 선택을 나 자신이 했고 스스로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에게 “모두가 좋다고 하는 직장을 찾기보다는 내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직장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꺼리는) 작은 조직에 들어와 즐겁게 열심히 일했고 그 결과 정년퇴임 뒤에도 사람들이 찾아줘 이 자리에 섰다”며 “행복이란 나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에서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축사를 마쳤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