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풀쑥 - 오은(1982~ )
풀쑥은 갑자기 불룩하게 아주 쑥 나오거나 내미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시인은 무엇인가를 열어젖히는 찰나의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못한다. 질병과 거짓말이 튀어나오는 세상의 창문에선 고양이가 튀어나온다. 서로 이질적인 이미지를 열면, 자꾸만 이상한 것이 튀어나온다. 속이는 것은 ‘속없는 겉’이 하는 일이라고 규정하는 감각이 호기심 많은 어린이 같다. 그럼 폭염과 전기요금 명세서를 열면 무엇이 나올까, 풀쑥 또 어처구니없게 상념에 젖어본다.

이소연 < 시인(2014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