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향해 긴축에 대비하라는 ‘빨간불’을 켰다. Fed의 1, 2인자인 재닛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같은 날 한목소리를 낸 것은 그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Fed가 9월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기상황에 따라 11월과 12월 중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어 연내 두 차례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의 큰 불안은 여기서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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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미국 금리인상] "연내 두 번 금리 올릴 수도"…Fed 부의장 폭탄발언에 시장 '초긴장'
◆롤러코스터 탄 금융시장

옐런 의장이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최근 수개월간 금리인상의 근거가 강화됐다”며 ‘매파성’ 발언을 내놓은 지난 26일 오전 10시. 예상과 달리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일제히 반등하고 채권 금리도 하락(가격 상승)했다. “시장이 Fed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면 한 번 증명해보라는 식으로 반응했다.”(월스트리트저널)

시장 분위기를 바꾼 것은 피셔 부의장이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9월 금리 인상, 올해 한 번 이상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옐런 의장의) 발언은 두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답했다.

옐런 의장의 발언 내용을 반신반의하던 시장은 피셔 부의장의 ‘폭탄 발언’이 나온 직후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반전했다. 다우존스지수는 이날 고점 대비 164포인트, 1% 가까이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채권 금리는 수직상승(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금리를 올리면 과거 비싼 가격을 주고 채권을 산 투자자는 손해를 보기 때문에 금리 인상 전에 채권을 팔아야 한다.

금리 인상에 가장 민감한 단기금리(2년 만기 국채 기준)는 0.06%포인트 오른 연 0.85%까지 뛰어올랐다. 장기금리(30년 만기 국채 기준)와의 격차가 1.42%포인트로 2007년 말 이후 최저 수준까지 좁혀졌다. 달러화 가치도 반등세로 돌아섰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79% 오른 95.5를 기록했다.

◆8월 고용지표에 달렸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9월에 기준금리가 오를 확률을 42%로 예상했다. 이달 초에는 18%였던 확률이었다. 오는 12월 인상 확률도 60%로 높아졌다.

Fed가 자신 있게 금리를 인상하느냐 여부는 경기지표에 달려 있다. 피셔 부의장은 “경기지표를 확인할 때까지 알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2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고용동향 결과에 따라 9월 금리 인상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의 금리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9월20일과 21일 이틀간 회의를 연다.

최근 3개월간 미국 내 신규 일자리는 월평균 19만개 증가했다. 시장은 8월 신규 일자리 수가 이를 넘어서면 Fed의 9월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8월 17만5000개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전망치는 18만개다. 실업률은 두 곳 모두 4.8%로 전달보다 0.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숫자만 나오더라도 9월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했다.

◆인상 시점, 횟수 여전히 논란

경기지표를 보고 금리 인상을 결정한다는 Fed의 입장은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연내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둘러싼 FOMC 위원 간 엇갈리는 의견이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오늘은 피셔의 견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수주 동안 경제가 내 생각과 일치한다면 9월 인상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도 “올해 두 번 이상의 금리 인상은 내 계획에 없다”고 강조했다.

11월 대통령 선거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바니 프랭크 전 미국 하원의원은 “선거에 임박해서 그런 일(금리 인상)을 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 시행된 미국의 금융규제인 ‘도드 프랭크’법을 공동발의했다.

프랭크 전 의원은 “통상적인 예측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고용지표가 발표되지 않는 이상 선거를 앞두고 (통화정책과 관련한) 어떤 일을 하게 된다면 불필요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