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가 미생물 활용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가 미생물 활용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2011년 안식년을 맞아 미국 보스턴에 간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부러움을 느꼈다. 10년 전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찾았던 보스턴이 어느새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비옴(미생물 군총)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보스턴 브로드연구소의 사내 바이오벤처 시레스가 스핀오프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도 학내 벤처 성공 사례가 나오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2014년 서울대 학내 벤처인 고바이오랩을 세웠다.

고 대표는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실험실 속 연구가 산업에 적용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며 “귀국 후 당시 서울대생명과학공동연구원 원장이자 바이로메드 창업자인 김선영 교수를 보면서 벤처회사를 차려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서울대생명과학공동연구원은 바이오 융합기술 실용화를 위해 세워진 곳으로 고바이오랩을 비롯해 레모넥스, GPCR, 칸젠 등 4개 바이오 벤처를 육성하고 있다.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비옴을 이용해 신약, 진단키트, 의료용 식품(메디컬푸드) 등을 연구개발(R&D)하고 있다. 마이크로비옴은 인체 미생물 집합체다. 미생물은 몸에서 대사활동, 비타민 합성 등을 한다. 장내 미생물은 면역세포의 발달·조절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토피, 알레르기 등 면역질환과 연관이 있다.

고바이오랩은 대사질환, 감염질환, 자가면역억제, 정신질환, 염증성장염 등과 관련된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 5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대사성질환과 감염질환 관련 신약은 동물실험을 마쳤다. 올해 전임상에 들어간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비옴을 이용해 대사질환, 비만, 당뇨 등을 진단하는 진단 키트와 의료용식품인 프로바이오틱스 시제품도 만들었다. 이 회사는 진단키트와 의료용 식품의 생산·판매는 외부 업체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고바이오랩은 국내 벤처캐피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종근당 계열 투자회사인 CKD창업투자는 고바이오랩에 15억원을 투자했다. 2021년께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