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희극계 대부' 구봉서씨 별세…연예계 애도 물결
‘한국 희극계의 대부’인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씨가 지난 2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고인의 막내아들 승회씨는 “폐렴기가 있으셔서 광복절에 병원에 입원한 뒤 한때 호전됐지만 갑자기 혈압이 내려가면서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셨다”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고 전했다.

고인은 1926년 평양에서 태어나 1945년 태평양가극단의 악사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그는 배삼룡, 곽규석, 이기동, 남철, 남성남 씨 등과 함께 활동하며 1960~1970년대 한국 코미디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MBC ‘웃으면 복이 와요’를 통해 큰 인기를 누렸다. 이 프로그램 콩트에서 그는 극중 아들에게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뜻으로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로 시작하는 72자의 긴 이름을 붙여줬다. 이 이름은 지금까지도 대중이 기억하는 희대의 유행어가 됐다.

그는 인기 영화배우이기도 했다. 1956년 ‘애정파도’를 시작으로 ‘오부자’ ‘부전자전’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 40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오부자’에 막둥이로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평생 ‘막둥이’란 애칭으로 불렸다. 한국 연예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MBC코미디언부문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2006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연예예술발전상,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코미디에 대한 고인의 신념은 후배들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그는 매를 맞더라도 잘못된 정치와 사회를 풍자하는 진실이 담긴 코미디를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은퇴 후 한 인터뷰에서 “코미디가 사회를 정화하는 역할을 못 한다면 의미와 역할이 퇴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별세 소식에 많은 희극인도 슬픔에 빠졌다.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빈소엔 많은 조문객이 몰렸다. 엄용수 한국코미디언협회장은 “한국 코미디의 개척자로 방송 코미디에 신화를 남기신 분이지만, 후배들에겐 아버님 같고 형님 같은 분이었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네 아들이 있다. 발인은 29일 오전 6시.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