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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김준경 원장 "실사구시형 연구 하지 않을 거면 KDI 존재 이유 없다"

입력 2016-08-28 18:53:55 | 수정 2016-08-29 05:04:01 | 지면정보 2016-08-29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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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 '맏형' KDI 4년째 이끌고 있는 김준경 원장

규제만 OECD 수준으로 풀어도 GDP 2%포인트 상승
생산가능인구 매년 35만명씩 감소…20년 후 잠재성장률 0%

산업 구조조정 실패하면 조선업 경기 불황 10년 갈 것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 '전직·재취업' 지원으로 바꿔야
김준경 KDI 원장은 “부실기업 정리가 구조개혁의 출발점”이라며 “지원 위주의 구조조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김준경 KDI 원장은 “부실기업 정리가 구조개혁의 출발점”이라며 “지원 위주의 구조조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책연구기관 가운데 ‘맏형’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국가 미래 연구를 주도하고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위상이 남달랐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평가가 달라졌다. 경제발전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는 ‘한국 대표 싱크탱크’ 역할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대학교수가 되기 위한 ‘경력쌓기용 정거장’이 돼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준경 KDI 원장은 “세금을 받아 쓰는 KDI는 (추상적인 국가 성장전략보다는) 오히려 좀 더 실사구시형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2013년부터 4년째 KDI를 이끌고 있는 김 원장을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났다.

▷KDI 위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KDI는 국내 유일의 국책종합연구소입니다. 복잡다기한 국가 현안 과제에 대한 실용적인 연구를 선도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제가 원장으로 와서 연구위원들에게 당부한 게 있습니다. ‘실용적인 연구를 하지 않으면 KDI의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에 대한 연구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정책 용역에 너무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요.

“1998년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됐습니다. 연구기관 체제에 경쟁을 도입하자는 취지였죠. 이전엔 모든 예산을 출연기금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예산이 상당 부분 깎이고 대신 정부 부처의 공개 경쟁입찰 형태로 연구용역을 받아 모자란 예산을 채우게 됐습니다. (정부 용역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죠.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용역을 통해 정책 현안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되고 연구 역량도 쌓을 수 있으니까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침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소비가 줄었습니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입니다. 수출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소비가 줄자 설비도 과잉 상태가 돼 버렸습니다. 조선은 현재 전체 설비의 절반이, 철강은 4분의 1이 과잉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산업과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 시기가 도래했는데 타이밍도 놓쳐버렸어요. 이런 구조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봅니다.”

▷언제쯤 경기가 회복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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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 국가가 구조조정과 개혁을 등한시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팽창적인 통화·재정정책에만 의존했습니다. 단기 부양을 노린 거죠. 이에 따라 2007년 세계 총부채 규모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179%였는데 작년엔 234%까지 높아졌습니다. 세계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잠재성장률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3.1%였는데, 이 중 생산성 기여도는 0.8%포인트로 과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요. 규제 등 비효율을 야기하는 적폐가 쌓여 생산성을 떨어뜨렸습니다. 문제는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까지 가파르게 감소해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3704만명인 생산가능인구는 매년 평균 35만명씩 감소해 2060년엔 2148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성장률이 10년 후엔 1%대 초반, 20년 후엔 0%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를 피하려면 저출산 대책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정말 시급합니다.”

▷구조개혁은 어떻게 추진해야 합니까.

“쌓여 있는 한계기업들의 부실을 털고, 규제를 없애고, 과잉 산업을 구조조정하고, 노동시장 경직성을 줄이는 것입니다.”

▷한계기업부터 얘기해보죠.

“부실기업을 정리해야 고용과 투자가 늘어납니다.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한계기업의 자산 비중이 10%포인트 감소하면 일자리가 11만개 창출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자원 재분배가 필요하다는 얘기죠.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부실기업들이 저금리와 정책금융으로 연명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는 게 산업 구조조정의 시작입니다.”

▷부실기업 정리는 곧장 실업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텐데요.

“그래서 일자리 정책에 대한 국가적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당장의 일자리 때문에 부실기업을 껴안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실업자에게 ‘전직’과 ‘재취업’을 전폭 지원하는 쪽으로 일자리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일자리 대책은 그런 방향과 거리가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의 일자리 사업 심층평가 중간보고를 보면 고용서비스센터의 취업지원 서비스 업무량과 구직자의 취업률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재취업을 위해서는 고용보험, 직업훈련, 고용서비스제도 등이 함께 연계돼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죠. 결론적으로 실업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는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주력 산업이 모두 구조조정 대상입니다.

“저금리와 정책금융에 의존하며 ‘요행’을 바라고 지내온 게 지금의 상황을 만든 원인입니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큰 이익을 낼 수 있을 거야’라는 기대로 설비와 고용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고도화할수록 제조업 고용은 축소되는 게 일반적이에요. 한국은 반대로 간 거죠. 대표적인 게 조선업과 해운업입니다. 전기전자 철강산업도 예외가 아니에요.”

▷조선과 해운업은 어떻게 보십니까.

“조선업 경기는 2000년대 중반 같은 초호황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일본 정부와 조선업협회는 조선업 불황이 최소 3년에서 10년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낙관적 전망에 기초한 지원 위주의 구조조정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수술과 고통을 참아야 합니다. 해운업도 비슷해요. 정부가 하고 있는 대로 업체에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강력히 요구하고 법정관리도 불사한다는 원칙을 반드시 고수해야 합니다. 이래야 부실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아요.”

▷확장적 재정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메르스가 있었고,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졌고요. 하지만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복지재정 부담이 가만히 있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지금까지 정부의 장래 인구추계는 고령층 인구를 과소 예측했습니다. 지금의 정부 예측보다 복지 지출 예산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확장적 재정정책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더 클 수 있습니다.”

▷생산성을 높일 방안은 무엇인가요.

“일단 규제개혁이 절실합니다.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합니다. 규제 입법에 대한 심사 체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야 합니다. 정부 규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만 낮춰도 1인당 GDP가 약 2%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고치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래 먹거리도 고민입니다.

“우리가 잘하는 부문에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급속한 인구 고령화 문제를 먹거리 차원에서 바라본다고 합시다. 한국이 우위를 갖고 있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IT 기반 의료산업을 육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를 키워 고령친화산업 수요가 급증하는 중국 의료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병원 간 전산시스템을 표준화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식별체계로 개인 진료기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정부가 개선해줘야 합니다.”

KDI에서 26년 한 우물…금융·거시경제 전문가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연구원 시절 매일 오전 4시에 출근하는 등 업무에 대한 집념과 성실성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평소 생활신조 역시 ‘성실과 노력’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가훈과도 맥이 닿는다. 그는 1990년부터 KDI에서 26년간 일한 ‘정통 KDI맨’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샌디에이고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KDI 입사 이후 연구조정실장, 금융경제팀장, 부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수석실 재정경제2비서관, 국무조정실 금융감독혁신TF 민간 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경기고를 같이 다닌 정두언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대기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과 친분이 두텁다. 부친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최장수 비서실장 기록을 세운 김정렴 전 비서실장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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