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의 계절…미술계, 특수 잡기 '후끈'
‘2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축제 비엔날레의 열기를 잡아라.’

비엔날레의 계절…미술계, 특수 잡기 '후끈'
다음달 잇달아 막이 오르는 미디어시티서울(9월1일~11월20일) 광주비엔날레(9월2일~11월6일) 부산비엔날레(9월3일~11월30일) 창원조각비엔날레(9월22일~10월23일) 대구사진비엔날레(9월29일~11월3일) 등 굵직한 미술축제를 앞두고 미술계가 비엔날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우환과 천경자 위작 논란으로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미술계는 오랜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비엔날레 행사 기간에 미술 열기가 고조되는 틈을 노려 다채로운 기획전을 마련하고 있다. 주요 화랑과 미술관은 작고 작가 신성희와 최욱경을 비롯해 백영수 방혜자 신학철 이건용 김구림 김기린 김태호 배영환과 애니시 카푸어(영국), 팡리쥔(중국) 등 국내외 작가 50여명을 라인업해 작품전을 열거나 준비 중이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광주·부산비엔날레에는 해외 미술 애호가와 전문가들이 방문하는 만큼 화랑과 미술관들은 이들을 겨냥한 전시를 기획한다”며 “비엔날레가 흥행하면 자연스레 미술품 판매와 관람객이 늘기 때문에 이를 적극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9월29일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인전을 여는 덴마크 설치작가 올라퍼르 엘리아손의 2016년작 ‘사라지는 시간의 형상’. 리움 제공
오는 9월29일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인전을 여는 덴마크 설치작가 올라퍼르 엘리아손의 2016년작 ‘사라지는 시간의 형상’. 리움 제공
◆화랑업계 ‘비엔날레 특수’ 공략

주요 상업화랑들은 비엔날레 특수 공략 준비에 한창이다. 심각한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미술 애호가의 주목을 끌 만한 추상화가와 민중화가, 젊은 작가 중심의 선별적인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최대 화랑 갤러리 현대는 한국 전위미술 1세대 작가 이건용과 단색화가 김기린을 초대해 한국 현대미술의 참맛을 보여줄 계획이다. 현대화랑도 다음달 23일까지 2009년 작고한 신성희 화백이 1970년 중반부터 1982년 사이에 제작한 마대그림 30여점을 걸어 단색화 특수잡기에 나선다.

국제갤러리는 여성 추상화가 최욱경 화백과 인도 출신 영국 설치 작가 애니시 카푸어를 앞세워 외국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 추상미술 유파 가운데 추상표현주의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최 화백의 작품 세계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학고재화랑은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이용백과 한국 민중미술 대표 작가 신학철, 중국 인기 화가 팡리쥔의 작품을 걸어 아시아 민중미술의 브랜드를 세계화한다는 포석이다. 아라리오갤러리는 30일 ‘한국 전위미술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 김구림의 개인전을 시작하고, 아트사이드갤러리는 원로작가 백영수 화백의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노화랑(김덕기 윤병락), 아라리오 갤러리(김구림), 선화랑(박현웅 정영주), PKM갤러리(배영환), 바톤갤러리(데이비드 오케인), 리안갤러리(하태범)도 유망 작가의 신작 판촉전을 벌일 예정이다.

◆국내외 대표작가 작품 560여점 소개

국내 주요 미술관들도 비엔날레를 찾는 미술품 애호가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줄 기획전을 대대적으로 펼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 개관 30주년에 맞춰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를 주제로 국내외 대표작가 300여명의 소장품 560점을 무료로 내보인다.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해외파인 만큼 외국인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고 과천관 전관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했다.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은 빛의 파장과 소리의 떨림을 결합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모은 ‘스루더리스닝글라스(Through the Listening Glass)’전을, 아트선재센터는 설치작가 이불 김소라 정서영이 참여하는 기획전 ‘커넥트1-스틸 액츠(Connect1-Still Acts)’를 시작했다. 삼성미술관 리움(올라퍼르 엘리아손), 대림미술관(닉 나이트), 사비나미술관(에마 핵), 아뜰리에 에르메스(정금형)도 다양한 장르의 전시회로 관람객을 끌어들일 예정이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올해 열리는 다양한 비엔날레 행사에는 국내외에서 150만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술 바닥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미술계는 그 어느 때보다 애호가 유치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