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업체에서 주문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주력했던 토종 패션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 업체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을 전문적으로 하면서 원단 소싱과 디자인·품질 경쟁력을 쌓아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8일 의류·잡화업계에 따르면 세아그룹의 지주회사인 글로벌 세아는 내년 가을·겨울(F/S) 시즌을 목표로 골프복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좁게는 30∼35세, 넓게는 25∼45세 고객을 겨냥해 기존 골프복의 식상함을 벗어난 스포츠 캐주얼 웨어를 선보인다는 게 글로벌 세아의 설명이다.

특히 계열사 세아상역의 소싱력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날씨와 큰 스윙 동작 등에 적합한 기능성 소재를 쓰고, 가벼운 야외활동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1986년 설립된 세아상역은 한세실업 등과 함께 국내에서 손꼽히는 의류제조·수출기업이다.

2007년 조이너스·꼼빠니아 등으로 유명한 인디에프(옛 나산)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의류 단일품목 수출 10억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세아 관계자는 "다음 달 브랜드명을 확정하고 사업부 확대 등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며 "가두점 중심으로 유통망을 꾸려 론칭 2년차에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나이키·아베크롬비·갭 등에 납품해 온 한세실업도 전략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해 청바지 브랜드 에프알제이(FRJ)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버커루·티비제이(TBJ)·앤듀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국내 캐주얼의류 업체 엠케이(MK)트렌드 지분 40%를 인수했다.

MK트렌드는 골프복 브랜드 LPGA갤러리와 NBA의 판권도 갖고 있다.

자체 아동복 브랜드 모이몰른과 컬리수를 갖고 있는 한세실업은 MK트렌드 지분을 인수하면서 유아복부터 청바지와 스포츠 캐주얼·골프복까지 다양한 복종의 브랜드를 갖춘 '종합 패션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버버리·코치·랄프로렌·마이클코어스 등의 제품을 제조해 온 ODM 잡화 업체 시몬느 역시 최근 자체 브랜드 '0914'를 선보였다.

시몬느는 베인앤컴퍼니의 '글로벌 럭셔리 마켓' 보고서를 토대로 보면 자사의 세계 명품 핸드백 제조 시장점유율이 9%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OEM·ODM 업체들이 이처럼 자체 브랜드를 내놓거나 M&A에 뛰어드는 것은 정체 상태인 의류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갭·랄프로렌 등 세계적인 의류와 잡화 브랜드들이 각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최근에는 이들 브랜드에 납품한다는 것 자체가 OEM·ODM 업체의 성장을 보장해주지 않기 문이다.

그간 원재료 확보와 디자인 부문에서 쌓아온 경쟁력이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점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언제까지 유명 브랜드 납품업체라는 간판으로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제조업체들은 다른 '살 길'을 찾고 있다"며 "다만, 소비자에게 제품을 파는 것은 기업간거래(B2B)와는 다르므로 유통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길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