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 이번에는 더 많은 난임 부부들에게 시술비를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시술비 지원 대상을 9만6000명으로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리면 내년에 출생아가 1만명 더 태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시술비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한 사람이 그렇게 많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계산이라 실효성에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여기다 남성 육아휴직 수당을 최대 200만원까지 인상하는 등의 대책으로 내년 출생아를 2만명 더 늘리겠다는 설명은 딱하기까지 하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한 지 8개월 만에 이 단기 처방을 내놓은 것은 출생아 수가 급감한 탓이라고 한다. 올 들어 1~6월 출생아 수는 21만52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줄었다. 2006년 저출산 대책을 본격화하며 지난해까지 투입한 예산이 80조원이 넘고, 올해 예산만 20조4600억원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출생아 수가 줄고 있으니 비상이 걸릴 만은 하다.

저출산은 돈을 퍼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것을 사회가 책임지라고 호들갑을 떠는 여론이나, 거기에 이끌려 온갖 정책을 짜내는 정부나 잘못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전쟁 후에 베이비부머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돈이 많아서도, 생활이 나아져서도 아니었다. 전쟁 후 참혹한 현실에서 개인들은 스스로의 미래와 자식을 자연스럽게 연관지어 생각하게 됐다. 부모와 가족의 가치가 소중해진 것이다. 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겠다는 현세주의가 만연한 현실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출산도 교육도 일자리도 노후도 정부가 책임지겠다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인생의 가치는 의미를 잃게 돼 있다. 부모가 되겠다는 것은 돈과 상관없는 인생관 문제다. 인구폭발론이 틀렸던 것과 똑같이 인구절벽론도 근거 없는 허구다. 정부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