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간정보가 미래 산업 지배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두 번 길을 잃는 경험을 한다. 가던 길 또는 인생의 좌표를 잃고 방황할 때 의지할 만한 길잡이가 있다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낼 수 있다. 옛날엔 별자리와 나침반이 길잡이였지만, 오늘날에는 스마트폰의 고품질 지도 앱(응용프로그램)이 똑똑한 길잡이다. ‘길눈이 어둡다’거나 ‘길치’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돼 버렸다.

별자리와 나침반을 대신할 손바닥 위 길잡이를 만들어 낸 ‘공간정보’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친숙한 정도를 넘어 없으면 매우 불편한 필수 동반자가 됐다. 내비게이션은 도로의 소통 상황까지 고려해 최적의 길을 안내해 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목적지 주변에 있는 친구의 위치를 상세히 알려준다. 길을 걷다가도 언제든지 목적지만 정하면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소와 버스 도착 예정시간까지 알려준다.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나는 시대가 됐다.

공간을 표시하고 공유하는 행위는 인류의 유전자 속에 녹아 있는 본능이라고도 한다. 스마트폰 앱 중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것이 길 찾기 등 위치기반 서비스다. 컴퓨터 운영체제가 문자 방식의 디스크 운영체제(DOS)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한 윈도로 바뀌었듯이, 공간정보는 모바일과 인터넷의 딱딱하고 차가운 정보를 따뜻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끈 한 드라마 속의 ‘자율주행자동차 로맨스’, 드론(무인항공기)이 촬영한 ‘버드아이 뷰(하늘을 나는 새의 시점) 항공 영상’이나 증강현실(AR)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고’ 등은 모두 공간정보를 근간으로 각종 첨단 기술들이 융·복합된 결과물이다.

이제 공간정보는 지표상의 정보뿐만 아니라 건물 안이나 지하, 바닷속으로까지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공간정보는 인프라적인 특성이 있어 다른 서비스와 융·복합하기 쉽기 때문에 인공지능 등 유망 신기술과 결합하면 미래 먹거리로서 양질의 일자리와 고부가가치 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 전체 공간정보산업 중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고, 공간정보 융·복합 서비스는 연간 30%씩 성장하고 있다. 구글이 국내 지도의 반출을 요구하는 것이나 구글의 지도데이터를 사용한 우버가 자체 지도제작에 착수한 것도 이런 공간정보의 중요성 때문이다.

오는 31일부터 9월2일까지 사흘간 ‘공간정보, 생활을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2016 스마트국토엑스포’가 열린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이 행사에서는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드론 등 공간정보를 활용한 국토교통 7대 신산업이 소개되고, 실내(선릉역)를 실제 걷거나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점프를 직접 타는 듯한 이색적인 가상체험(VR)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존도 마련된다.

47개 기업이 참여하는 88개 부스의 전시기획관은 공간정보산업의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아울러 수주지원 비즈니스 미팅과 공간정보 분야 국제 라운드테이블 회의 등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해 줄 공간정보의 가치를 확인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

김경환 < 국토교통부 제1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