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해운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 화주들이 운송 계약을 해지하고, 선박 압류, 용선계약 해지 등에 나서 결국 파산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해운업 연관산업인 조선업과 부산항만도 직간접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관련 하청업체로 피해가 확산되면 대량 실업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이 해운동맹 가입을 유지해 파산을 막는 다면 법정관리를 가더라도 회생의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임박] 한진해운 파산땐 피해액 17조…법정관리가도 돌파구 찾을 듯
◆법정관리 신청이 끝은 아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글로벌 컨테이너선사가 법원 주도의 도산절차에 들어가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상당부분 대손충당금을 쌓아놔 큰 손실을 입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주요 회사채 투자자인 전국 단위 농협과 신협 등은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더라도 모든 자산 압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법원의 자산 보존 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다른 나라 법원이 이행할 의무는 없다.

한국 법원과 상호 협정을 맺고 법정관리 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국가는 11개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한국 회사에 대한 포괄적 금지 명령을 인정할 나라는 6~7개국에 불과하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즉시 한국 법원의 포괄적 금지 명령을 인정하는 6~7개국 중심으로 노선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선박 압류가 가능한 국가의 항만을 거치지 않도록 해운동맹(CKYHE) 내 다른 해운사에 대체 선박을 요청할 수 있다. 한진해운의 이런 시도는 해운동맹에서 퇴출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보통 해운동맹은 가입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동반 부실을 막기위해 자동으로 탈퇴시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외 선주 오너들과 친분이 깊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설득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해운동맹의 협조를 얻지 못하고 퇴출되면 영업이 불가능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자금 조달이 안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운영자금을 갖고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며 “한진해운은 이미 법정관리 신청 시점이 한참 지날 정도로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시 ㈜한진이 구원투수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은 매각(M&A)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시도할 확률이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을 중견선사로 키우기위해 한진해운의 일부 자산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중국, 일본 노선 4개와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노선 4개 등 총 8개 노선 영업권을 계열사인 (주)한진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한진해운 사라지면 운임도 상승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이 파산하면 해운업계에서 9조2400억원의 부가가치와 일자리 1193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항만 연관업, 무업업계까지 포함하면 한진해운 파산으로 발생할 피해액과 실업은 각각 17조원과 2300여명으로 늘어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한진해운 퇴출 시 부산항의 환적(화물을 다른 배로 옮겨 싣는 것) 수요가 16.4%(1152억원 규모)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해운 대란은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MI는 한진해운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국내 수출입 화주들은 매년 4407억원의 운송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고, 이로 인해 수출가격이 0.7~1.2% 오르면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진해운이 퇴출되면 미주항로 운임이 27.3%, 유럽항로 운임은 47.2%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운임 상승은 결국 수출입 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을 불러온다. KMI는 미주로 향하는 수출품은 가격이 0.7%,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품은 가격이 1.2%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한국의 교역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무역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우호 KMI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한진해운이 퇴출되면 CKYHE 해운동맹이 부산항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CKYHE에는 중국의 코스코, 대만 양밍, 일본 K라인 등이 속해 있다.

그러나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세계 해운시장에 선박이 공급 과잉인 상태”라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간다고 해서 선박 부족으로 운송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김순신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