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혼란스런 경제 상황과 도널드 트럼프 등 대중인기영합주의자(포퓰리스트)의 등장에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책임이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지적했다.

‘대폭로’라는 이름의 기획 시리즈 일환으로 보도된 이 기사에서 WSJ는 “Fed는 한때 미국인의 존경을 받았지만 위기를 예방하는 데 실패했고 이를 수습하는 데도 지금껏 애를 먹고 있다”며 “이에 따른 미국인의 좌절과 불만은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 등 포퓰리스트의 득세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Fed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보지 못한 채 미국 경제가 계속 번영과 안정을 누릴 것이란 환상만 부추겼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Fed 이사 시절인 2004년 2월 “미국이 대안정기를 맞았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부동산 가격이 매년 올랐지만 Fed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WSJ는 “Fed의 경기예측 모형인 ‘FRB/US’는 부동산 가격이 20% 떨어져도 미국 경제는 약간의 실업률 상승과 금리 하락으로 별 탈 없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론 실업률이 10%까지 올랐고 금리를 0%로 내려도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 그린라이트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 최고경영자(CEO)는 우화 ‘개미와 베짱이’를 예로 들었다. 그는 “Fed는 2007년까지 파티를 벌인 베짱이라며 겨울(경기 침체)이 다가오자 개미(일반 납세자)에게 손을 벌렸고 지금 개미는 굉장히 화가 난 상태”라고 말했다.

2014년 재닛 옐런 의장으로 바뀐 뒤에도 Fed는 명확한 경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미국인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그 사이 Fed에 대한 미국인의 애정은 차갑게 식었다. 2003년 9월 갤럽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는 Fed가 ‘일을 잘한다’고 답했다. 8개 국가기관 중 2위였다. 하지만 2014년 11월 조사에서는 38%에 불과했다. 순위는 8등으로 추락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