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그 보고, 입소문 듣고 사는 건 옛말…김여사도 차 타보고 산다
현대자동차가 소비자의 차량 구매 결정을 돕기 위해 출범시킨 시승센터의 이용 건수가 올해 10만명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시승센터가 활성화하면서 과거 카탈로그나 입소문에 의존하던 자동차 구매 패턴이 타보고 결정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모든 차종 타볼 수 있어

현대차는 2010년 12월 전국 32개 지역에 시승센터를 열었다. 전체 시승센터의 연간 이용 건수는 2011년 4만2000건에서 지난해 7만3000건으로 4년 만에 73.8%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9만건으로 더 가파르게 늘었다. 연간 기준 1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현대차는 보고 있다.
카탈로그 보고, 입소문 듣고 사는 건 옛말…김여사도 차 타보고 산다
현대차가 시승센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수입차에 맞설 수 있을 정도로 국산차 품질이 좋아졌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현대차나 다른 국산차, 수입차 등을 직접 타보고 꼼꼼히 비교한 뒤 차량 구매를 결정하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게 시승센터 이용 건수가 증가한 원인이라고 현대차는 분석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같은 고급 수입차 브랜드는 전시장에 시승용 차량을 구비하고 있다. 국산차도 일부 전시장에서 시승차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전시장별로 인기 차종 2~3대를 시승차로 운영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다양한 차량을 타보기는 어렵다.

카탈로그 보고, 입소문 듣고 사는 건 옛말…김여사도 차 타보고 산다
현대차는 전국 30여개 시승센터에서 400여대의 시승차를 가동하고 있다. 한번 시승에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2~3시간 가량 차를 타 볼 수있다. 엑센트부터 맥스크루즈까지 현대차 브랜드로 판매 중인 모든 차종을 갖춰 소비자가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독립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타깃 소비자 대상 시승행사 등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시승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20개 시승센터에서 100여대를 운영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서울 도곡동에 시승센터가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는 별도 시승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대신 온라인으로 장소와 시간을 예약하면 가까운 전시장과 영업사원을 연결해 시승 기회를 제공한다.

시승을 원하는 소비자는 시승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해 차종과 시승센터, 일정을 예약한 뒤 예약일에 운전면허증을 지참하고 예약한 시승센터로 가면 된다.

◆20~30대 입소문 효과도

현대차 시승센터 이용자 분포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여성 소비자의 증가다. 서비스 초기인 2011년 19%이던 여성 소비자 비율은 꾸준히 높아져 올해(7월까지)는 31%까지 올라갔다.

디자인 위주로 구매 차종 후보를 몇 종 꼽은 다음 주변의 평가나 카탈로그 등에 의존해 결정하던 여성 소비자가 많았지만 이제는 직접 성능을 느껴본 뒤 차량을 사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이 같은 소비 트렌드를 고려해 하반기에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용 시승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다.

연령별로는 올해 기준 30대가 29%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2%, 20대가 21% 등의 순이었다. 20대 소비자는 2011년엔 11%였지만 5년 새 비중이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30대 소비자는 인터넷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승 체험을 알리는 경우가 많아 시승센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시승 차종은 그 시기의 인기 차종을 그대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현대차는 전했다. 올해 소비자는 투싼(1위)과 싼타페(3위)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시승 차종으로 많이 찾았다. 싼타페는 지난해 인기 시승 차종 1위였다.

현대차가 수입차 비교시승을 적극 추진한 2세대 제네시스(차종)가 지난해와 올해 2위를 달리며 인기 시승차로 꼽혔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