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24일 경기 오산시 한신대 캠퍼스에서 열린 ‘한일경제경영 국제학술대회’ 모습.
지난 22~24일 경기 오산시 한신대 캠퍼스에서 열린 ‘한일경제경영 국제학술대회’ 모습.
가격 경쟁력에서 기술 경쟁력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일경상학회와 한국경제신문사 공동 주관으로 지난 22~24일 경기 오산 한신대 캠퍼스에서 열린 ‘한일경제경영 국제학술대회’ 참석자들이 내놓은 의견이다.

[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닷컴] 턱 밑까지 온 중국…한국 중소기업 '일본 장인정신' 갖춰야
이번 학술대회를 기획한 한광희 한일경상학회장(한신대 교수)은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가격으로 경쟁해서는 더 이상 중국을 당해낼 수 없다”며 “대기업이 흔들리면 협력업체 중소기업들이 고사하는 허약한 체질로는 앞으로 예상되는 장기 불황을 돌파하기 어렵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하루빨리 일본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화된 기술력은 ‘저성장기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 회장은 “일본 중소기업은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했기에 저성장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독자적 기술력을 갖춰야 가격 협상력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한·일 연구자들은 양국이 함께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저성장을 꼽았다. 학술대회 주제도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해 ‘저성장 시대의 한·일 경제와 경영에 대한 과제와 전망’으로 잡았다. 일본 측 가사이 노부유키 동아시아경제경영학회장은 “양국 공통의 문제인 저성장을 함께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한일경상학회와 일본 동아시아경제경영학회가 협력해 매년 한·일 양국에서 번갈아 개최해온 국제학술대회는 올해 31회째를 맞았다. 한·일 관계가 정치적·외교적 냉각기를 맞거나 역사문제가 불거져도 꾸준히 교류를 이어온 의미가 있다.

학술대회 후원단체 중 하나인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이종윤 전무는 “한·일 관계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교류해온 점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며 “한·일 양국이 ‘후발국 경제’의 성공적 성취 이후 맞닥뜨린 저성장인 만큼 서구와 불황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규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인 ‘모노즈쿠리’로 대표되는 중소기업 기술력의 함의와 시사점을 분석하기도 했다. 양국 연구자들은 “단순히 일본 중소기업이 잘하니까 따라가야 한다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이 변해야 국가 경제의 밑바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한·일 양국 학자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미얀마 등 각국 연구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1~3부 세션별로 자유논제와 공통논제 논문 총 43편이 발표됐다. 학회는 앞으로 참여 국가 수를 늘려 국제학술대회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릴 방침이다.

학회가 주는 ‘한일경제인대상’은 인천 금속절삭공구 전문업체인 한국닛켄의 와카이 슈지 대표이사가 받았다. 1987년 한·일 합작회사로 설립된 한국닛켄은 지난해 166억원의 매출과 3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기계장비 중간 연결장치 툴 홀더(tool holder)가 대표 제품이다. 1990년대 중후반 100% 제품 국산화에 성공했고 지금은 일본 오사카의 본사(닛켄공작소)에 역수출할 만큼 기술력을 키웠다.

와카이 대표의 ‘모노즈쿠리 경영’이 성공 비결이었다. 그는 “품질에 있어서만큼은 ‘이만하면 괜찮다’는 식의 적당주의를 허용하지 않았다. 일본인의 특성이라고 하던데, 이건 민족성이 아니라 기술력의 본질”이라고 힘줘 말했다.

오산=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