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15년 만에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손을 깨끗이 씻는 등 위생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15년 만에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손을 깨끗이 씻는 등 위생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콜레라 감염 환자가 잇달아 나오면서 콜레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3년 이후 국내에 신고된 콜레라 환자는 모두 해외에서 감염된 뒤 입국한 경우였다. 국내에서 콜레라균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한 것은 2001년 전국에서 142명의 콜레라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15년 만이다.

올해 첫 번째 콜레라 환자인 59세 남성(광주광역시 거주)과 두 번째 환자인 73세 여성은 모두 경남 거제에서 익히지 않은 수산물을 먹은 공통점이 있다. 수산물을 통해 콜레라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거제 지역 횟집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콜레라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과 달리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감염병이어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콜레라 감염 원인과 증상, 치료법 등을 알아봤다.

비브리오균 감염돼 발생

15년 만의 콜레라…해산물 익혀 먹고, 화장실 다녀온 후 손 씻으세요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균에 감염돼 물 같은 설사를 심하게 하는 질환이다. 탈수가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전염성 감염 질환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비브리오균은 77종류다. 이 중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비브리오 콜레라균, 장염비브리오균, 비브리오 패혈증균 등 12개다.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감염이 발생하는 균은 장염비브리오다. 장염비브리오균에 감염돼 생기는 장염비브리오 식중독은 여름철 식중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5~10월 사이에 환자가 주로 생기는데 9월에 환자가 가장 많다. 잠복기는 10시간 정도고 감염되면 심한 복통과 설사, 37~38도의 발열,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인다. 대부분 2~3일 정도 지나면 회복된다. 사망률은 낮다. 생선회나 초밥은 물론 염분이 든 식품 섭취를 통해서도 감염된다. 오이절임을 먹고 감염된 사례도 있다.

장염비브리오 식중독 다음으로 흔한 비브리오 감염병은 비브리오 패혈증이다. 오한 발열 등의 증상과 설사, 복통, 하지 통증, 다양한 피부 변화가 나타난다. 간 질환을 앓고 있으면 감염 위험이 높은데 매년 20~4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한다. 치사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조개껍데기나 생선 지느러미에 긁혀서 생긴 상처를 통해 바닷물에 있던 균이 침입해 상처 부위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일이 많다. 물집과 피부 괴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균에 오염된 해산물을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으면 감염 위험이 높다. 몸이 붓거나 멍이 들고 수포가 올라오는 증상이 나타난다.

위 절제술 받은 사람, 쉽게 감염

콜레라균은 해변가나 강어귀에서 많이 번식한다. 높은 기온으로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균이 증식하면 균에 오염된 식수나 음식물을 먹은 사람에게서 1차 감염이 생긴다. 감염된 환자의 체액 구토물 등으로 식수나 음식물이 오염되면 2차 감염이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센터 수인성질환과 연구원이 쓴 ‘2013~2015년 국내 해양환경 분리 병원성 비브리오균의 분포와 환경인자와의 연관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5년 국내 11개 지역에서 2220건의 해수 검체를 조사한 결과 장염비브리오균이 69.7%(1548건)로 가장 많았고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25.6%(568건), 비브리오 콜레라균은 18.3%(406건)였다. 콜레라균은 전반적으로 많지 않았지만 장마철인 7~8월에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콜레라균은 균에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식사할 때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날것이나 덜 익은 해산물이 감염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감염 증상을 일으키기는 데는 1억~100억개의 많은 균이 필요하지만 몸에서 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위 절제술을 받은 사람은 적은 수의 균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콜레라균이 산성에 약하기 때문이다.

잠복기 최대 5일, 물 설사가 주요 증상

콜레라 잠복기는 최소 몇 시간에서 최대 5일 정도다. 대개 2~3일 안에 증상이 나타난다. 복통 없이 물 같은 설사나 구토 증상을 보인다. 보통 분변 검사로 콜레라균을 확인해 진단한다. 환자에게는 혈액 검사로 신부전이나 전해질 불균형 등 이상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한다.

수액을 주입해 급격히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하는 것이 주 치료법이다. 항생제 치료를 병행해 증상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다. 테트라사이클린 독시사이클린 박트림 시프로플록사신 등의 항생제를 사용한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사망률이 1% 이하로 위험이 낮은 질환이다. 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탈수가 급속히 진행되고 혈액 내 산 성분이 많아지는 산혈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중증 콜레라는 4~12시간 만에 쇼크에 빠지고 수일 내에 사망하기도 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사망률이 50% 이상으로 높아진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콜레라 감염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리카 콜웰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여년 동안 대서양 해수면 온도는 평균 1.5도 높아졌다. 이 기간 비브리오균은 세 배로 늘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비브리오균 감염 확진 사례는 1990년대 후반에는 연평균 390건이지만 2010년대 들어 1030건으로 증가했다. 보고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콜웰 교수는 “비브리오균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감염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과거 비브리오균이 살지 않던 알래스카에서도 비브리오 감염증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위생 관리 철저히 해야

콜레라균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음식을 조리할 때 깨끗한 물을 쓰고 충분히 가열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백신이 있기는 하지만 효과가 높지 않아 권장하지는 않는다. 감염 환자는 증상이 사라지고 균을 배출하지 않을 때까지 격리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사용한 물품은 따로 관리하고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손 씻기 등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음식을 조리하기 전이나 배변한 뒤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문수연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콜레라는 설사 증상이 사라진 뒤 48시간까지 격리해야 안전하다”며 “환자와 음식 및 식수를 같이 섭취한 접촉자는 마지막 위험 시점부터 5일 동안 발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콜레라는 물을 통해 감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 공기로 감염되는 결핵 같은 감염병과 달리 초기에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감염병”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문수연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질병관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