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소셜네트워크게임(SNG) '놀러와마이홈(왼쪽)'과 '아이러브니키'.
모바일 소셜네트워크게임(SNG) '놀러와마이홈(왼쪽)'과 '아이러브니키'.
[ 박희진 기자 ] #1. 왕방울처럼 큰 눈과 가녀린 팔다리를 가진 여주인공에게 청바지를 입혔다가 원피스로 갈아입힌다. 흔하지 않은 아이템이라 마음에 든다. 원피스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과 신발도 이것저것 대본다.

#2. 텅 빈 방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넣는다. 벽이 심심한 것 같아 상점에서 체크무늬 벽지와 액자를 구입해 분위기를 바꾼다. 문득 친구의 방이 궁금하다. 친구 집으로 가 방을 둘러보고 짧은 글을 남긴다.

두 장면에서 무엇이 떠오르는가. 과거 '종이인형'과 '싸이월드'를 경험해본 이라면 향수에 젖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두 장면은 2016년 현재 인기몰이 중인 모바일게임 '아이러브니키'와 '놀러와마이홈' 속 얘기다.

두 게임 모두 역할수행게임(RPG)의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향수를 일으키는 복고 요소와 간단한 룰로 남녀 불문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26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놀러와마이홈은 인기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 국내 앱스토어에선 무료 게임 순위 4위에 올라있다. 카카오게임S에서 지난 4일 출시한 이 게임은 열흘 만에 누적 다운로드수 100만건을 넘어섰다.

"집 꾸미고 옷 입혀보고"…과거로 돌아간 모바일 게임
놀러와마이홈은 공방에서 만든 가구, 음식 등을 팔아 돈을 벌고 자신의 아바타와 집을 꾸미는 소셜네트워크게임(SNG)다. 게임 룰은 싸이월드 미니홈피 첫화면의 미니룸과 미니미를 꾸미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게임 중 다른 이용자의 방에 찾아가 구경하고 글을 남길 수도 있는데, 이 역시 싸이월드 방명록이나 댓글 기능과 비슷하다.

카카오게임S가 지난 7월 출시한 또 다른 SNG 아이러브니키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주어진 임무에 따라 캐릭터에 옷을 입혀 상대방과 대결을 펼치는 게임이다. 어린 시절 종이인형과 옷을 사모았던 적이 있다면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지난 7월5일 출시된 이 게임은 16일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220만건을 기록하고 있다.

RPG 게임 비중이 높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SNG와 캐주얼 게임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SNG와 캐주얼 게임은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 놀러와마이홈과 아이러브니키 역시 RPG 게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여성 이용자들의 취향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이한 점은 최근 이들 게임이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15~21일 일주일간 스마트폰 사용자 1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녀 게임 부문 순위에서 놀러와마이홈은 여성 1위, 남성 4위를 기록했다. 복고적 요소로 추억을 소환한 모바일 게임이 남녀 엄지족 모두를 붙들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국내 SNG 대중화를 이끈 싸이월드 출신들이 놀러와마이홈 개발에 참여해 비슷한 요소가 많이 담겨 있다"며 "전체적으로 가볍지만 퀘스트에 따라 재료를 모으고 아이템을 만드는 과정이 RPG와 비슷한 점도 남성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캐주얼게임에 대한 수요도 복고 요소와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보드게임과 같은 캐주얼 게임의 시간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다"며 "하드코어 게임에 지친 이용자들의 캐주얼 게임에 대한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