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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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이 지난 25일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채권단의 요구에 크게 못미쳐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다음주 초에 법정관리 여부가 결정난다.

한진해운 내부에선 법정관리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구안 내용을 원칙론에 따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회생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게 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결정하면 '해운대란'은 물론 해운업과 조선업, 항만업 등 연관산업과 하청업체들까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진그룹 "현재 가능한 모든 방안 담아"

26일 해운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자구안에 대한항공 유상증자 등을 통한 5000억원 지원안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위기에 빠진 2013년 이후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왔다. 그동안 2조원 규모의 에쓰오일 지분 28.41%를 전량 매각했으며 한진에너지 차입금 상환 등을 제외하고 남은 9000억원 중 대부분은 한진해운을 살리는데 쏟아 부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상증자로 4000억원, 영구채로 2200억원, 교환사채 TRS 보증으로 2000억원 등 총 8259억원을 지원했다.

한진의 경우 신항만 지분과 평택터미널 지분인수를 비롯해 아시아 역내 노선 영업권, 베트남 터미널법인 지분 인수 등을 통해 2351억원을 지원했다. 한진칼의 경우 한진해운의 미국, 유럽연합(EU), 아시아 등의 상표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총 1857억원을 지원했다.

총 5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자구안 계획에 따라 한진해운이 확보하게 된 유동성의 총액은 2조7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 중 1조7000억원은 한진그룹으로부터의 지원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검토를 다 했고, 채권단의 마지막 검토만 남았다"고 밝혔다.

◆ 그룹 재무악화 우려…"대한항공 추가 지원 어렵다"

한진그룹의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100%가 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해운 지분가치 조정에 따른 평가손실, 영구채권 회수가능가액 하락에 따른 손실 등 올 상반기에만 5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외 손실을 기록했다. 향후에도 3000억원 넘는 잔여 손실의 위험도 남아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지난 7월 말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에 대한 대한항공의 독자적인 지원이 이뤄질 경우 자체 재무부담 확대에 따른 신용도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어 지난 18일 경제개혁연대는 '한진해운 구조조정 진행상황과 문제점'이라는 자료를 통해 "향후 한진해운의 회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계열사들의 지원이 계속된다면 계열사의 동반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채권단이 한진그룹의 의지를 평가하고 결정하는 일만이 남았다"면서 "채권단이 어떤 방향으로 한진해운의 명운을 가를 것인지 관심이 가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