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오가는 이탈리아 어린이들…2차례 지진 생존자는 18개월 딸 잃어

24일(현지시간) 새벽 이탈리아 중부 강진으로 목숨을 잃은 250명 가운데 상당수가 어린이로 파악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휴가철인 데다 휴일인 28일에는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 본고장인 라치오주 아마트리체에서 파스타 이름을 딴 축제가 예정돼 있어 가족 휴가객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요 통신사들과 현지 언론은 건물 잔해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어린이들과 안타깝게 숨진 어린이들의 사연을 전했다.

이 마을에서는 한 할머니의 발 빠른 대응에 4세, 7세 손자들이 목숨을 구했다.

이 할머니는 진동이 느껴지자 손자들을 재빨리 침대 아래로 밀어 넣었고 아이들은 모두 목숨을 건졌다.

할머니도 함께 살아남았지만, 할아버지는 목숨을 잃었다.

레마르케 주 페스카라 델 트론토에서는 지진 발생 17시간 만인 24일 저녁 소방관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손으로 헤치고 부서진 돌과 앙상하게 드러난 철골 사이에 갇혀 있던 10살 여자아이를 무사히 구해냈다.

한 구조 대원이 "조용히 해봐. 여기 밑에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을 때 겁에 질린 줄리아의 얼굴이 보였다.

여자아이를 꺼냈을 때는 환호가 터져 나왔지만 곧이어 희생자들의 시신이 수습되면서 현장은 침통함에 잠겼다.

라치오주 아쿠몰리에서는 안드레아 투초 가족의 집이 무너지면서 투초 부부와 8살 아들 리카르도, 생후 7개월 된 막내아들 스테파노가 함께 숨졌다.

구조대원들이 아기의 시신을 작은 담요에 감싸 수습하는 것을 본 아이들의 할머니는 "신이 순식간에 모든 것을 앗아갔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아마트리체에서도 두 자녀를 포함한 가족 4명이 새벽잠을 자다가 일어난 지진에 숨지고 말았다.

이 지역과 멀지 않은 라퀼라에서 2009년에 발생한 지진에 이어 이번 지진에서도 살아남았지만 18개월 된 딸을 잃은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라퀼라 지진의 악몽을 안고 아르콰타 델 트론토로 이주한 마르티나 투르코는 집에서 잠을 자다가 일어난 지진에 딸 마리솔 피에르마리니를 잃었다고 영국 매체들이 ANSA 통신을 인용해 전했다.

투르코는 잔해 더미에서 구조되고 나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7살 쌍둥이 형제가 함께 변을 당했다가 한 명은 숨지고 다른 한 명은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있다.

건물 잔해에 매몰돼 있던 11세 소년은 구조대에 도움을 청할 수 있었지만 몇 시간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또한 지진 피해가 컸던 페스카라 델 트론토에서는 수습된 희생자들의 시신이 어린이 공원에 임시로 안치된 참혹한 모습도 보였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서울 제네바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이광철 특파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