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부 대상을 수상한 오지현, 김윤진 감독의 ‘내 자존감을 높여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청소년부 대상을 수상한 오지현, 김윤진 감독의 ‘내 자존감을 높여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청년 감독들의 등용문으로 불릴 만합니다. 우수한 작품이 많아 상이 모자라겠는걸요.”

제4회 박카스 29초영화제 출품작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동아제약과 광고제작사 관계자, 영화감독, 배우, 대학교수, CF감독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고심 끝에 상을 세 개 추가하기로 했다. “감독의 열정이 어린 좋은 작품들을 그냥 보내긴 아깝다”는 이유에서다.

출품작 중에는 취업난과 스펙 쌓기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여럿 눈에 띄었다. “아니, 신입사원 뽑는데 경력을 왜 따져? 나 같은 인재를 놓친 게 큰 손해 아니냐?” 누군가와의 전화 통화 후 상심한 한 젊은이가 계단에 걸터앉아 얘기한다. 옆에는 피로해소제와 작은 인형이 놓여 있다. 혼잣말하던 그는 이내 웃음을 되찾고 농담을 한다. “어이가 없네…. 나 유아인(영화배우) 같지? 헤헤.” 김도윤 감독은 이 영상에 ‘가장 나를 아껴주고 싶은 순간은 위로받고 싶을 때이다’란 제목을 붙였다.

젊은이의 이야기만 모인 것은 아니다. 정인호 감독은 ‘나를 가장 아껴주고 싶은 순간은 다시 도전할 때이다’를 출품했다. 긴장한 나머지 떨리는 목소리로 면접을 준비하는 한 남성이 정장 차림으로 아파트 문을 나선다. 집에 있던 아이의 인사를 받기 위해 등을 돌린 그는 백발의 할아버지다. 웃는 얼굴에 금니를 반짝이며 그가 말한다.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저는 젊으니까요.”

‘김 과장 이 대리’들도 목소리를 냈다. 직장생활 중 겪는 고충을 재치있게 표현한 영상을 통해서다. 김효진 감독은 한 대리의 하루 풍경을 29초 분량 영상에 담았다. 영상 속 ‘이 대리’는 바로 전날 “부장과 술자리를 3차까지 달렸다”며 힘들어하다가도 옆을 지나가는 부장에게 속풀이 음료를 건넨다. 상사의 썰렁한 말장난에는 “아 완전 개그맨이시네!!!” 하며 크게 웃음을 터뜨려 분위기를 띄운다. 사원증을 잠깐 풀고 바람을 쐬던 그를 사수가 부른다. 힘차게 대답하며 달려가는 그의 모습이 ‘웃픈(웃기다와 슬프다를 합한 신조어)’ 공감을 자아낸다.

신성섭 29초영화제 사무국장은 “일반부 출품작 중에 특히 참신하고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았다”며 “이어질 통일부 29초영화제 출품작들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