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올 상반기에만 54조원 넘게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인 1257조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25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앞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가계부채가 올 상반기에만 54조원 넘게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인 1257조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25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앞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5일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 중 금융부문 대책의 핵심은 집단대출과 2금융권 대출 속도조절이다. 지난해 1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깐깐히 바꾸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가계부채가 꺾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책 수위는 상당히 낮았다. 대표적으로 집단대출에도 차입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대출한도를 조이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방안은 넣지 않았다. 은행·보험보다 상대적으로 대출규제를 덜 받는 상호금융권 대출관리도 사실상 업계 자율에 맡겼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라 대증요법이란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집단대출 조인다

정부는 지금까지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 타깃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로 정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부채의 3분의 1을 차지해서다.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올해 2월(지방은 5월)부터 은행권에만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가이드라인 적용을 안 받는 집단대출이 급격히 늘었다는 데 있다. 집단대출은 올 들어서만 11조원 넘게 늘었다. 올 상반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의 절반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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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집단대출을 조이기로 했다. 그동안 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100% 보증을 서주던 중도금 대출 보증한도를 10월부터 90%로 낮추고 10%는 은행이 부담하게 했다. 차입자가 중도금을 갚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은행도 대출관리에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주금공과 HUG가 1인당 두 건씩 허용하던 중도금 대출보증도 두 기관을 합해 두 건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은행에 대해선 중도금 대출을 해줄 때 차입자의 소득자료를 받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소득수준을 따져 대출해주라는 얘기다.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대해선 고정금리·분할상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내년 1월 주금공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고정금리·분할상환해주는 잔금 대출 상품도 내놓기로 했다.

◆상호금융권 대출 집중 관리

정부는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출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조인 탓에 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도 대출을 해줄 때 소득 등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호금융권은 영세상공인, 농어민 등 소득증빙이 어려운 금융소비자 대출이 많아 은행처럼 전면적으로 소득심사를 강화할 수는 없다”며 “업권별 중앙회와 협의해 세부 적용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호금융권의 비(非)주택담보대출도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 등이 상가나 토지를 담보로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50~80%인 상가·토지 담보인정비율(LTV)을 11월부터 40~70%로 낮추기로 했다. 신용등급 또는 담보가치에 따라 LTV를 최대 10%포인트 가산하던 것도 앞으로는 최대 5%포인트로 제한하기로 했다.

◆얼마나 효과 있을지 미지수

이번 정부 대책이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주금공과 HUG의 중도금대출 보증한도와 횟수를 줄인 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평가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장 집단대출에도 전면적으로 소득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서도 집단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집단대출에도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담보대출이 아니라 보증부 대출인 집단대출에도 차입자의 소득수준을 따져 대출한도를 조이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이태명/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