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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시위꾼 한 명보다 약한 대기업

입력 2016-08-25 19:04:40 | 수정 2016-08-26 03:29:23 | 지면정보 2016-08-26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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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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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얘기해서 저놈 잡아 처넣어.”

‘내부자들’ 등 영화에서 자주 묘사되는 재벌가 회장 모습이다. 돈으로 검찰과 언론을 장악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다. 현실은 어떨까.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서 수년째 매일 시위하는 한 여성이 있다. 본인이 살던 집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삼성물산이 지은 아파트가 들어섰으니 삼성이 책임지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철거 작업은 다른 시행사가 했고 삼성은 시공만 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삼성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여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퇴근할 때는 물론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삼성을 방문할 때도 확성기를 동원해 시위한다. 삼성 건물 어디서나 이 여성의 시위 소리가 들린다.

영화대로라면 삼성이 소리 소문 없이 이 여성을 ‘처리’했을 것 같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수차례에 걸친 설득 작업은 효과가 없었다. 삼성은 업무방해죄로 이 여성을 고발하려고 했다. 그러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상위법이어서 법정 싸움을 해도 승산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이 한 것이라고는 그 여성 옆에서 집시법 개정을 촉구하는 맞시위를 가끔 하는 정도다.

이런 사례도 있다. 기자는 최근 대기업 A사의 협력업체인 중소기업 B사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 A사 자료를 바탕으로 B사가 언급된 기사를 썼는데, 표현이 마음에 안 든다는 얘기였다. B사는 A사에도 강하게 항의하며 사과까지 요구했다.

역시 영화대로라면 A사는 당장 B사와 거래를 끊을 것 같지만 현실은 달랐다. 조용히 이 업체에 사과 서한을 보냈다. 협력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결국 손해라는 판단에서였다.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기업과 기업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내용이 계속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의 일탈 행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은 비리집단이고, 기업인은 무소불위 권력자라고 간주하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400명이 넘는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는 삼성그룹이 무리한 주장을 하는 여성 한 명도 어쩌지 못하는 게 ‘진짜 현실’에 가깝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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