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녹이 스는 순간 인간은 위태로워진다
미국의 상징물인 자유의 여신상은 건립 100주년(1986년)을 앞두고 녹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1980년 여신상 곳곳에 부식 현상이 발견되자 정밀 조사가 3년간 이뤄졌다. 동상의 상당 부분이 녹슬어 훼손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규모 수술이 시작됐다. 3억달러 가까이 드는 보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인 모금 캠페인이 벌어졌다. 2년여간 고된 수술을 받은 여신상이 다시 공개된 날, 미국 전역에서 이를 기념하는 축제가 열렸다.

과학저술가 조너선 월드먼이 쓴 《녹》은 현대 금속 문명을 무차별적으로 위협하는 녹의 위험성을 다룬다. 미국에서 녹과 벌인 가장 떠들썩한 싸움으로 기록된 ‘여신상 복원사업’을 시작으로 녹과 인간이 벌여온 투쟁사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현대의 금속 사용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 1인당 약 181㎏의 철을 사용한다. 저자는 “녹은 금속에 둘러싸인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라며 “녹과의 싸움은 모험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 도전”이라고 말한다. (조너선 월드먼 지음, 박병철 옮김, 반니, 344쪽, 1만8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