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잘나가던 의사, 폐암 말기 판정 그 후…
신경외과 의사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레지던트 마지막 해 여러 곳에서 교수직을 제안받으며 승승장구할 때였다. 뇌 손상 환자를 치료하던 그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들 곁에 나란히 누웠다. 그는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보낸 마지막 2년을 기록으로 남겼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서른여섯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숨을 거둔 미국 의사 폴 칼라니티가 남긴 기록이다.

칼라니티는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도 주저앉지 않았다. 수술실로 복귀해 최고참 레지던트로서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했다. 인공수정으로 아내 루시와의 사이에서 딸도 낳았다. 그는 “계속 나아갈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멈추지는 않을 거야”라고 되뇌었다. 화학 치료로 손끝이 갈라지는 고통 속에서 그는 어린 딸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됐단다.” 숨을 거두기 직전에 “난 준비됐어”라며 겸허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인상 깊다.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흐름출판, 284쪽, 1만4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